미루고 미루다 아내의 재촉에 출장 짐을 싼다. 말이 싼다지 나는 가져갈 짐을 꺼내놓고 트렁크에 차곡차곡 넣어주는 것은 아내다. 짐을 싸면서 가서의 상황을 떠올리며 필요한 것을 넣다보면 늘 큰 트렁크 하나 가득이다. 물론 노트북을 담고 읽을 책 두 권이 들은 백팩과 여권과 선글라스 그리고 보조밧데리를 담은 크로스백도 늘 함께다. 이번에는 가벼운 티셔츠를 주로 넣었지만 그곳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격식을 차린 옷도 한 벌 넣어야 했다. 더구나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해서 백팩에는 기획서 자료와 원고 자료까지 들어갔다. 줌파 라히리와 제임스 셀터의 소설 두 권을 넣은 것은 다 읽고 오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시작은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짐을 다 꾸리고 사진을 찍고 보니 가져가는 약이 한 짐이다. 상시 복용하는 약 5종과 엘러지 약, 그리고 위장약까지 줄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늘기만 한다. 게다가 해야할 일은 어디든 가서라도 해야하니 이래저래 짐도 마음도 가볍지 않은 출발이다.

여행짐은 마음가짐일텐데 작은 것도 놓지 못하니 내내 가방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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