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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미루다 아내의 재촉에 출장 짐을 싼다. 말이 싼다지 나는 가져갈 짐을 꺼내놓고 트렁크에 차곡차곡 넣어주는 것은 아내다. 짐을 싸면서 가서의 상황을 떠올리며 필요한 것을 넣다보면 늘 큰 트렁크 하나 가득이다. 물론 노트북을 담고 읽을 책 두 권이 들은 백팩과 여권과 선글라스 그리고 보조밧데리를 담은 크로스백도 늘 함께다. 이번에는 가벼운 티셔츠를 주로 넣었지만 그곳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격식을 차린 옷도 한 벌 넣어야 했다. 더구나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해서 백팩에는 기획서 자료와 원고 자료까지 들어갔다. 줌파 라히리와 제임스 셀터의 소설 두 권을 넣은 것은 다 읽고 오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시작은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짐을 다 꾸리고 사진을 찍고 보니 가져가는 약이 한 짐이다. 상시 복용하는 약 5종과 엘러지 약, 그리고 위장약까지 줄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늘기만 한다. 게다가 해야할 일은 어디든 가서라도 해야하니 이래저래 짐도 마음도 가볍지 않은 출발이다.

여행짐은 마음가짐일텐데 작은 것도 놓지 못하니 내내 가방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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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어느 하루


어제는 수원KT WIZ구장으로 야구를 보러갔다. 학교에서 내내 회의를 하다가 시간 맞추어 급하게 집에 가서 아내와 첫째를 태우고 수원구장에 가는데 가는 길에 비가 계속 내렸다. 네이버 날씨에도 강수확률 60%였지만, 비오면 수원에서 저녁을 먹고 오리라 생각하며 꿋꿋하게 달려갔다. 둘째는 학기말 시험이라 미안한 일이지만 아내와 첫째랑만 같이 갔다. 지인분이 표를 구해주셔서 고맙게 다녀왔다. 지난달까지만해도 KT1루 코치였던 초등학교 동창 훈재가 2군 코치로 내려가는 바람에 볼 수 없던 것이 아쉬웠지만 직관은 언제나 흥분되는 일이다.

연구년 때 에너하임 구장에서 추신수 경기를 함게 본 적은 있지만, 첫째는 야구를 전혀 모른다. 그저 새로운 경험이라니 신나서 따라와 간식을 먹다가 경기 막바지 구자욱 잘 생겼다고 끝내 버스까지 따라가는 에너지를 보여주었다. 아내는 야구 좋아하는 남자랑 살아서 그런지 제법 야구를 알아 첫째에게 설명을 해준다. 우리 옆좌석에 앉은 5-6세쯤 보이는 아이는 KT응원가를 모두 따라불렀지만 정작 경기 내용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 모습이 귀여웠다. 비가 온다고 했지만 비대신 선선한 바람이 불었다. 목이 쉴정도로 아무생각 없이(심지어 승패와도 무관하게) 즐거운 시간이었다. 방학에는 좀더 자주 가족과 즐거운 시간을 가져야할텐데... 둘째가 고3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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