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 지금 이곳에서 쓰고 있는 고전

 

 

박기수(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삼국지는 살아있는 텍스트다. 대부분의 고전은 누대에 걸쳐 읽히면서 새로운 의미를 끊임없이 생산한다. 하지만 그것은 읽기와 관련된 것이지 텍스트를 다시 쓰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그런데 왜 유독 삼국지만은 끊임없이 다시 쓰이고 있는 것일까?


삼국지는 명나라 때 나관중이 쓴 24240()삼국지통속연의(三國志通俗演義)를 바탕으로 한다. 물론 나관중의 이 작품도 진수의 삼국지와 배송지의 삼국지주(三國志註)에 수록된 야사와 잡기를 근거로, 전상삼국지평화(全相三國志平話)의 줄거리를 중심으로 쓴 작품이다. 오늘날 전하는 삼국지는 청나라 때 모종강이 읽기 쉽게 다시 쓴 것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관중의 삼국지라고 부른다. 이러한 창작 과정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삼국지는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당대의 민중들이 요구하는 영웅들을 부각시키고 대중적인 요소들을 탄력적으로 삽입시킴으로써 끊임없이 다시 쓰고 읽히는 생명력을 갖게 된 것이다. 결국 삼국지를 읽으면 그것이 읽히는 시대를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민중들이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요구하는 지도자의 모습은 어떤 것인지, 무엇을 지향하고 있는지 등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삼국지에는 그 시대의 열망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삼국지가 영원한 고전으로 다시 창작되는 이유인 것이다.

만화는 가장 대중적인 텍스트이다. 만화는 카툰화법(cartooning)을 주로 사용하며, 글과 그림의 이코노텍스트(econotext)로서 이미지의 연속성(narrative)을 필요조건으로 갖는 장르이다. ()의 객관적 재현보다는 주관적 왜곡을 통해서 전달의 효과를 높이는 카툰화법과 글과 그림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이코노텍스트적인 특성은 대중들의 접근을 용이하였다. 거기에 이야기 하는 인간(Homo Narran)’의 특성을 부각시킨 이미지의 연속성에 의한 서사(narrative)의 확보는 만화가 가장 대중적인 장르가 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최근 만화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폭발적이다. 그것은 크게 두 방향으로 드러나고 있는데, 하나는 먼 나라 이웃나라,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 마법 천자문류의 학습만화시장의 급성장에 따른 것이고, 다른 하나는 만화의 스토리텔링의 원천소스로서 만화의 가치를 재인식하고 그 원작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그것이다. 20권까지 15백만 부 이상의 경이적인 판매량을 보인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14권까지 700만 부 이상의 판매량을 보인 마법 천자문의 예를 살펴보자. 이 두 작품은 모두 학습만화의 컨셉을 유지하면서 스토리텔링의 원천소스는 고전에서 가져왔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신화는 그리스 로마 신화 그 자체를 학습만화의 형태로 바꾼 것이며, 마법 천자문은 중국고전 서유기의 스토리라인 위에서 천자문을 학습하는 방식이다.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의 성공은 학습만화라는 틈새 콘텐츠에 주목하고, 이윤기를 중심으로 불고 있던 신화 열풍을 중심 트렌드로 파악하여 그것을 콘텐츠 개발에 적극 반영한 결과였다. 신화를 원천콘텐츠로 하고 있는 이 경우는 학습만화를 통해 대중성을 검증하고, 이를 기반으로 애니메이션 <올림푸스 가디언>으로 발전적 변환을 시도함으로써 국내에서 장르 간 시너지 효과(cross over effects)를 성공적으로 극대화한 대표적인 콘텐츠가 되었다. 마법 천자문의 경우도 한자교육의 수요를 파악하고 보다 효과적인 학습형태로서 학습만화를 주목하였으며, 특히 드래곤 볼등으로 전환(adaptation)에 성공한 바 있는 서유기의 스토리라인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극적 흥미를 극대화한 결과였다. 더구나 이 두 작품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만화를 원천콘텐츠로하여 애니메이션(올림푸스 가디언, 태극 천자문)과 각종 뮤지컬 및 체험전 등으로 거점콘텐츠화함으로써 모범적인 One Source Multi Use의 사례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원천콘텐츠는 독립된 콘텐츠로서 대중성을 검증 받아 이미 브랜드 가치를 확보한 콘텐츠를 말하는데, 장르 간 Multi Use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요소들을 콘텐츠 내부에 포함하고 있어야만 한다. 일반적으로 원천 콘텐츠로서 활용되는 만화, 소설, 신화 등의 경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대중성 검증이 가능해야하기 때문에, 그 자체 콘텐츠로서의 완성도를 확보하고 있어야만 한다. 반면, 거점콘텐츠는 원천콘텐츠를 기반으로 대중적인 호응을 기대할 수 있는 콘텐츠로 전환한 것을 말한다. 즉 매체와 장르의 확대를 통하여 Target의 확장을 도모할 수 있는 콘텐츠로 전환을 꾀하는 것으로 대중적인 호응은 필수적이다. 대중적인 호응을 기대하기 위해서는 대중들의 접근이 손쉬운 매체와 장르를 택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따른 많은 변환비용(Conversion Cost)을 요구하고 동시에 그만큼의 risk도 증대되는 것이다. 따라서 거점 콘텐츠의 경우 Target의 규모와 범위, 수평적/수직적 Multi Use의 활성화 기대 정도, 콘텐츠 자체의 대중성 확보 방안 등이 성패를 좌우하는 중심 요소이다. 거점콘텐츠는 기획단계에서 메인수익 window 선정, 수평적 Multi Use의 노출 시기와 빈도, 수직적 Multi Use의 다양성, 콘텐츠 브랜드 관리 방안 등에 대한 섬세한 고려가 요구되는 것이다. 원천콘텐츠를 거점콘텐츠로 변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전환의 목적에 부응하는 전략이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만화는 원천콘텐츠로서 미덕을 골고루 갖춘 장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비용으로 스토리텔링의 대중성을 검증할 수 있고, 그림으로 구체화되기 때문에 애니메이션, 영화, 드라마, 게임, 캐릭터 등으로의 장르 간 전환이 용이하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일본의 경우 대부분의 콘텐츠가 만화를 원천콘텐츠로 하여 출발하는 안정된 One Source Multi Use의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도 만화를 원천콘텐츠로 하여 <미녀는 괴로워>, <식객>, <타짜>, <>, <풀 하우스> 등의 성공적인 전환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다만, 문제는 이와 같은 상업적인 성공을 거둔 작품들이 얼마나 문화적 가치 창출했는지는 의문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문화콘텐츠 시장의 규모나 그 파괴력을 고려하고, 특히 문화콘텐츠가 문화적 역량을 콘텐츠화함으로써 재화적 가치를 생산한다는 점을 상기한다면, 문화적 가치의 창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조건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이번 천웨이동(陳維東)삼국지출간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있다. 천웨이동을 처음 만나 것은 문화콘텐츠와 문화전통 등을 주제로 개최된 국제학술대회에서였다. 무림의 고수와 같은 인상의 그는 중국 전통문화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만화에 대한 열정이 지금도 또렷한 인상으로 남아 있다. 그의 중국 전통문화에 대한 열정과 신념은 좌중을 이미 압도하고 있었는데, 특히 중국 고전을 작품 당 80권 정도로 창작하고 있다는 말은 더욱 놀라운 것이었다. 중국고전에 대한 깊이와 넓이를 갖지 않고서는 감히 시도할 수 없는 작업이며, 그것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인력과 자금 등의 단단한 토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해 겨울 우연한 기회로 천진에 있는 그의 회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그의 말이 계획이 아니라 진행형이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중국 전통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그의 회사는 매우 인상적인 것이었는데 특히 전통문양의 창문과 다실(茶室)은 그의 중국 전통문화에 대한 사랑을 한눈으로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미 그는 300여권의 만화를 제작하였으며, 그의 작품은 유럽과 일본을 비롯한 국제시장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천웨이동은 신중국만화의 창시자이자 이론가라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숱하게 지적되어온 일본 만화의 폐해를 극복하고자 중국의 독자적인 내용과 형식을 통해 중국독자에게 다가서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시장에 중국만화를 알리겠다는 그의 의지가 신중국만화라는 중요한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이러한 천웨이동의 노력은 일본 만화에 경사되어 있는 한국 독작들에게 있어서도 또 다른 만화의 가능성을 읽게 해 주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천웨이동의 만화 삼국지는 우리 어린이들 책장에 꽂혀있는 조악한 그림과 정보의 학습만화와는 분명하게 구별이 되는 작품이다. 중국전통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폭넓은 지식을 바탕으로 이 시대가 요구하는 삼국지의 의미를 서두르지 않고 천착해가는 그의 행보는 분명 주목할만한 것이다. 국내에서 삼국지의 열기는 현재 진행형이다. 박종화, 김구용, 김홍신, 특히 이문열의 삼국지1,400만부가 판매된 바 있다. 또한 역사만화의 수작으로 손꼽히는 고우영의 만화 삼국지바벨 2로 유명한 일본 만화가 요코야마 미츠테루(橫山光輝)삼국지도 이미 소개된 바 있다. 고우영의 삼국지는 살인적인 연재스케줄에도 불구하고 엄혹했던 시대와 적극적으로 대화하고 비판하며 삼국지를 읽어낸 수작이다. 블랙유머로 시대와 소통을 시도했고 용기있게 비판하면서도 극적 긴장을 놓치지 않았던 작품이 그것이다. 이처럼 뛰어난 많은 소설과 탁월했던 만화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천웨이동의 삼국지가 기대되는 것은 신중국만화의 작품에 대한 낯선 흥미와 그동안 중국 고전을 극화해온 작가의 내공을 신뢰하기 때문이다. 중국문화와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어떻게 삼국지를 읽고 이해할 수 있으며, 동양문화의 보편성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을 갖지 못하고 어떻게 이 시대를 삼국지와 만나게 할 수 있겠는가?

첸웨이동의 삼국지은 독특하게 장 구성을 했다. 중심적인 사건을 중심으로 만화로 극화하고, 그 뒤에 해당 장의 줄거리를 붙이고 이를 통해 생각해볼 것들을 삼국지 기사의 형식으로 첨부한 후, 해당 장에서 발견할 수 있는 고사성어를 설명하고 있다. 마지막의 인물열전은 옛 사서(史書) 편제를 따르면서도 인물에 대한 이해와 평가가 동시에 진행하는 독특한 부분이다. 장대한 스케일의 스토리를 모두 만화로 극화하지 않고 과감한 생략과 절제를 통하여 극적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천웨이둥의 혜안이 빛나는 부분이다.

작품을 처음 접한 독자들은 한 면당 칸의 개수에 무척 낯설어 했을 것이다. 일본 만화나 국내 만화와는 다르게 한 면당 칸의 개수를 과감하게 줄임으로써 이야기 진행 속도를 빠르게 하면서 동시에 상대적으로 크게 확보된 칸을 통해 캐릭터의 심리나 매력이 여실히 드러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고량에 의해 수입이 결정되는 기형적인 구조로 인하여 무절제하게 남발되었던 일본식 그림과 칸들에 익숙해 있던 독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갈 수 있는 부분이다. 그림은 크지만 섬세하고 캐릭터 하나하나의 심리와 성격을 드러내는데 중심을 두고 있는 까닭에 정밀한 구도와 계산된 구성에도 불구하고 부분적으로는 정적이라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이러한 느낌은 배경 톤이나 동작선의 남발보다는 인물 그 자체의 표정과 동작을 통하여 움직임을 표현하고 가볍지 않은 동작으로 표현하려는 데서 기인한 것이다. 만화를 진행하면서도 중간에 연표나 각종 병장기에 대한 소개 등을 삽입함으로써 보다 구체적이고 생생한 극화를 만날 수 있다는 점도 이 작품의 미덕 중 하나다.

만화는 가장 대중적이지만 하위문화로 취급되어 왔다. 선정성과 폭력성으로 질타를 당하는 자극적인 내용, 저급한 그림 수준, 유통되는 미디어의 하위성 등이 그 평가의 근거였다. 흥미로운 것은 그렇게 구박받으면서도 아직까지 꿋꿋하게 아니 더 파괴력을 갖으며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이다. 그것은 만화라는 장르 자체가 지닌 생명력이며 동시에 경쟁력일 것이다. 더구나 최근에 영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게임, 캐릭터 등의 분야에서 그것들의 근간이 되어줄 스토리텔링의 보고로서 만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우리가 천웨이동의 삼국지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문화적 역량과 문화 전통이 지금 이곳에서 빚어내는 문화적 향취를 만화라는 가장 대중적이고 경쟁력 있는 장르를 통하여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전쟁 시대를 사는 지금 이곳에서 우리는 우리 시대가 쓰는 또 하나의 삼국지를 읽는다. 아니 쓰고 있다. 그렇게 쓰고 있는 것이 반드시 삼국지가 아니어도 좋다. 천웨이동의 이 작품과 같이 깊이와 향기를 지닌 또 다른 우리의 고전이었으면 좋겠다. 지금 이 작품을 읽는 여러분이 바로 그렇게 써야만할 또 한 사람의 천웨이동이다.

-2008년 천웨이둥, 삼국지》 발간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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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 향유, 팬덤, 문화콘텐츠, 애니메이션, 영화, 웹툰, 여행,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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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e Source Multi Use, 향유가 먼저다

 

박기수(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One Source Multi Use는 원천소스(One Source)의 창구화, 장르 전환, 관련 상품화, 브랜드 창출(branding) 등을 통해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마케팅 활동을 말한다.

창구화(windowing)는 콘텐츠를 시간적으로 계열화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동일한 콘텐츠를 창구별(매체별)로 노출시키는 시점을 달리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장르 전환에 비해 변환 비용이 적게 들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신규시장 창출 효과가 없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크지 않은 수익 창출 방법이다. 이와 같은 창구화의 결과를 창구효과(Window Effects)라고 하며, 이것은 시간적/공간적 노출의 차별화를 통하여 배급효과를 높이고, 홀드백(Holdback)을 설정하여 개별 창구 간의 충돌을 전략적으로 피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함으로써 콘텐츠의 수익 창출 기간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 영화를 극장, 유료TV, VOD, DVD, 공중파TV, 케이블TV 등과 같이 다양한 창구를 통해 향유하게 함으로써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장르 전환(adaptation)은 콘텐츠를 장르 별로 계열화시켜 신규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미 대중적인 지지를 확보한 소설, 만화, 웹툰 등을 매스미디어와 결합하여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거점콘텐츠로 전환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장르 전환은 향유자들이 전환 전후의 콘텐츠로부터 동일한 정체성을 확보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장르 전환은 동일한 정체성을 유지하지만 독립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므로 전환비용이 많이 들고, 선행콘텐츠의 성공이 전환하는 콘텐츠의 성공을 반드시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창구화에 비해 위험도가 높지만, 그만큼 신규시장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상품화(merchandising)는 콘텐츠 내용이나 소재를 상품으로 개발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이다. 상품화는 캐릭터, 중심 소재, 배경, 이미지, 소품 등과 같이 콘텐츠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관련 상품(merchandised goods)과 직접적 연관은 없으나 물리적으로 덧붙여진 PPL(Product Placement)과 같은 부가 상품(tie-in)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상품화는 콘텐츠의 성공을 전제로 하지만, 기획 단계부터 상품화 전략을 수립하여 콘텐츠와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유지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브랜드화는 콘텐츠의 인지도와 지속적인 향유를 통해 확보된 충성도를 활용하여 브랜드 가치를 유지, 확장하는 과정을 통하여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해리포터시리즈는 소설, 영화, 게임, 테마파크 등으로 장르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압도적인 브랜드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이미 시리즈가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콘텐츠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One Source Multi Use의 동력은 원천콘텐츠의 후광효과 여부, 원천콘텐츠의 전환 적합성, 거점콘텐츠의 최적화 여부, 연동 콘텐츠 간의 상호 프로모션, 다양한 창구로의 확산, 브랜드 가디언의 효과적인 통제에 의한 상품화, 지속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보 등에 있다. 그동안 콘텐츠 업계는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통하여 강력한 원천콘텐츠의 확보 방안, 전환의 최적화 장르 파악 및 전략 탐색, 상호 프로모션 방안, 상품화 전략 등에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하나는 2012년 이래 가공할만한 신드롬을 낳고 있는 미생이다. 웹툰은 11억 뷰 이상, 책은 250만부 이상, 6-7%대의 드라마 시청률, 콘텐츠파워지수 1위라는 가시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미생의 사회적 담론을 생산함으로써 미생 법안이라는 웃지 못 할 명명을 낳기도 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미생신드롬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웹툰 <미생>이 대중적 지지를 받으며 연재되는 동안(2012-2013) 단행본 미생이 순차적으로 출간되고, 캔커피, 맥주컵, 종이컵, 노트, 이력서 등의 부가상품이 개발/출시되고(2012-현재), 드라마 <미생 프리퀄>(2013), 웹툰 <미생-사석>(2014), 드라마 <미생>(2014), 패러디 버전인 드라마 <미생물>(2015) 그리고 웹툰 <미생>가 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생One Source Multi Use는 웹툰 연재 당시부터 비정규직 문제, 직장생활 애환과 불안정성 등을 핍진한 에피소드, 촌철살인의 경구, 이완의 절묘한 서사 전개로 대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이를 통해 사회적 담론 형성하였다는 점이다. ‘지금 이곳의 문제를 향유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구체적인 퍼포먼스를 통하여 단행본, 부가상품, 드라마, 광고, 패러디 드라마의 연속적인 성공을 이끌었고 연재될 <미생>를 통해 프랜차이즈 콘텐츠의 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은 반드시 주목해야할 지점이다.

2009년 디즈니가 4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은 마블이지만, 실제 그들이 원한 것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arvel Cinematic Universe)였다. 마블은 이미 영화 판권을 팔아버린 원천콘텐츠를 제외하고도 5000여개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고, 그들이 구축할 수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무한한 까닭이다. 이것은 헨리 젠킨스가 주장했던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transmedia storytelling)의 가장 소박한 형태지만 동시에 가장 강력할 수 있는 양상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은 멀티플랫포밍을 통해 개별적인 스토리들이 모여 하나의 서사 세계’(narrative universe)를 구성하는 일종의 상업주의적 팬덤 현상이다. 이와 같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유사한 예가 소박하지만 미생을 통해 그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미생신드롬 혹은 미생프랜차이즈화 과정은 One Source Multi Use의 선순환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 ‘미생을 통해서 적은 비용으로 대중성 검증이 가능한 스토리성을 풍부한 원천콘텐츠의 확보, 일정 기간 주기적인 노출을 통한 지속적인 향유의 장 마련, 브랜드 가디언에 대한 분명한 자의식,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서사 세계’(narrative universe)의 탄력적 운영, 미디어별, 장르별 특성에 최적화된 전환 전략 탐구 등의 성공적인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출판계의 불황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한다. 불과 10여 년 전 만화도 그랬다. 새로운 플랫폼과 창조적으로 결합하여 웹툰으로 형질변환에 성공함으로써 시장은 3000억 규모로 커졌다. 그런면에서 출판과 유기적으로 연계된 웹툰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 드라마, 게임 등과 같은 거점콘텐츠와 상호연동하려는 One Source Multi Use의 전략은 물론 마블의 예에서 보듯이 보다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서사세계 구축의 시도 역시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전개되지 않아 가능성의 영역에 남아있는 전자책이 본격화될 때, 마치 만화가 웹툰으로 위기를 타개한 것과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것은 웹툰이 급부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충성도 높은 향유자층의 지속적인 참여 유도와 소통의 공간 마련, 원천콘텐츠로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성 확보, 거점콘텐츠화 과정에서 보다 유기적인 서사세계 구축의 유연한 자세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최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출판사 팟캐스트를 통해서 그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책이 언제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듯이 One Source Multi Use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유연하고 적극적인 출판계의 시도를 꿈꿔본다.


<책&>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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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분, 공유의 텍스트, <미생>

 


박기수(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100만권 이상 팔린 책은 더 이상 책이 아니라 하나의 징후이며 담론이다. 같은 텍스트를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읽고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쏟아지는 생산적인 소란스러움을 상상해보라. 향유자들이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텍스트와 각자의 대화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다성(polyphony)의 소란을 만들어낼 때, 사회문화적 컨텍스트(context)로서 징후가 되고 담론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미생>은 이미 우리사회의 징후이며 담론이다. <미생>이 웹툰은 11억 뷰 이상, 책은 200만부 이상, 드라마는 케이블임에도 불구하고 6.7%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콘텐츠파워지수는 이미 정상에 있고, 100억 이상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수치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미생>의 영향력은 놀랍다. 이토록 살아서 꿈틀대는 이 텍스트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웹툰 <미생>의 힘은 공감 가능한 이야기를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완성도 있게 구현한 스토리텔링에 있다. 스토리텔러로서 윤태호 작가의 비범함은 초기작부터 이미 알고 있던 바이지만, <이끼> 이후 그가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은 무척 실험적이고 그만큼 흥미롭다. <내부자들>이나 <인천상륙작전>의 스토리텔링이 <이끼>만큼의 성취를 이루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그의 시도만큼은 주목해야할 지점이다. <미생>의 완성도나 대중적 지지의 근저에도 스토리텔링의 실험이 있다. 종합상사라는 가장 치열한 삶의 현장을 철저한 취재를 기반으로 확보하고, 바둑이라는 인생의 메타포를 그 위에 솜씨 좋게 얹은 후에 마이너리티적 감성의 자극을 통해 대중적 공감을 확산하려는 <미생>의 스토리텔링 전략은 압도적이다. 사회적 맥락에서 볼 때 <미생>은 아직 살아있지 못한 마이너에 주목함으로써 향유자들이 스스로 심정적인 투사를 통하여 동일시 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메이저의 성공신화보다는 마이너의 악전고투에 동조하는 대중의 심리적 기저를 잘 파악한 결과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할 것은 <미생>이 지닌 텍스트의 내적 리듬이다. <미생>에서는 미시서사의 일정한 마디마다 촌철살인의 대사나 내레이션을 통하여 지나친 정보 제공으로 인하여 이완될 수 있는 서사의 긴장을 당기고 있다. 종합상사가 배경인 까닭에 무역 전문용어 등이 불가피하게 제공되어야하는 까닭에 자칫 서사가 늘어지거나 지루해질 수 있는데, 이것을 미시서사의 전환이나 대사나 내레이션의 미적체험을 강화함으로써 극복하였다. 매주 2회 연재, 2-3일의 연재 간격을 유지해야하는 웹툰의 특성상 향유자의 관심을 유지하고 흥미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주단위의 미시서사 전개가 요구되지만, 그렇다고 매주 새로운 미시서사를 제공한다거나 미시서사 단위의 극적 긴장을 유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미생>의 시도는 웹툰의 장르적 변별성과 대중의 취향에 대한 뚜렷한 자의식을 갖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미생> 스토리텔링의 또 다른 미덕은 장그래의 성장담(Initiation story)에만 머물지 않고 원인터내셔널 전체 구성원을 캐릭터화하고, 그들 사이의 긴장과 미시서사의 유기적인 조합을 완성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캐릭터들에게 고루 시선을 나눠주고 그들이 살아내고 있는 엄혹한 현실의 맨얼굴과 그 안에서 고분분투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되비춰 보게 함으로써 공분(公憤)과 공감(共感)을 공유(共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웹툰 <미생>의 작품성과 정서적 공감을 공유하고 있는 드라마 <미생>의 성공은 원천콘텐츠의 후광효과(halo effect)One Source Multi Use(이하 OSMU)의 전략적 전개 그리고 빼어난 텍스트적 성취에 기인한다.

우선 드라마 <미생>의 텍스트의 변별성은 스토리텔링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드라마 <미생>은 웹툰에 비해 업무의 사실성보다는 그것을 수행하는 캐릭터들의 대응에 중점을 두어 다양한 캐릭터군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 매주 2화로 구성하는 미시서사의 주제 단위가 선명하다는 점, 주제단위별 중심 캐릭터가 다양하게 등장시킨다는 점, 장그래의 내레이션을 통해 관조하고 성찰하게 함으로서 거시서사의 흐름을 유지한다는 점, 지금 이곳에서 예민한 소재들을 전략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 등의 스토리텔링 전략을 구사하였다. 특히 눈여겨 볼 지점은 장그래, 장백기, 안영이, 한석률을 취업준비생인턴신입사원(정직원/계약직)’의 과정에서 구현하고, 그들이 대응할 세계를 긍/부정의 다양한 캐릭터 군상과 갈등하게 함으로써 사건을 전개한다. 이러한 갈등 과정은 오과장, 김대리, 장그래의 영업3팀을 긍정적 공동체로 그리고 대비적으로 각 팀을 그리고, 그 안에서 장백기, 안영이, 한석률의 미시적 갈등을 다시 구현하는 영리한 서사 구조를 구현하였다. 이러한 갈등은 정규직/계약직의 문제, 성차별의 문제, 회사 내 정치의 문제, 일중독, 조직의 부속품일 뿐인 개인의 문제 등을 집중 부각시킴으로서 향유자와의 심리적 접속을 유도하고, 공감과 공분을 확장하는 효과를 성공적으로 거두고 있다. 프로진입 실패, 고졸 학력, 낙하산을 중심으로 마이너적 캐릭터를 구현한 장그래, 회사 내 정치와는 무관하게 올바른 자세로 윤리적 우위성과 보편적 양심을 확보한 분명한 오과장, 빼어난 실력에도 성차별을 받는 안영이(마치 헤르미온느처럼),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본능적으로 합리화하는 냉혈한 최전무 등의 캐릭터는 향유의 지향과 정서적 동조가 가능한 수렴점으로서 성공적으로 기능한다.

<미생>OSMU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OSMU는 장르전환(adaptation), 창구효과(window effects), 상품화, 브랜드 창출 효과 등을 통해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마케팅 활동을 의미한다. OSMU의 동력은 원천콘텐츠의 후광효과 여부, 원천콘텐츠의 전환 적합성, 거점콘텐츠의 최적화 여부, 연동 콘텐츠 간의 상호 프로모션, 다양한 창구로의 확산, 브랜드 가디언의 효과적인 통제에 의한 상품화, 지속적인 브랜드 창출 등에 있다. 그동안 콘텐츠 업계는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통하여 강력한 원천콘텐츠의 확보 방안, 전환의 최적화 장르 파악 및 전략 탐색, 상호 프로모션 방안, 상품화 전략 등에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콘텐츠의 제작 규모가 커지면서 콘텐츠의 리스크 헷지(risk hedge) 전략으로 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원천콘텐츠를 중심으로 장르전환에 중심을 두면서 블록버스터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강력한 원천콘텐츠였던 웹툰 <미생>은 드라마 방영에 맞추어 프리퀄(prequel)에 해당하는 사석을 5화 연재함으로써 원천콘텐츠는 물론 거점콘텐츠인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환기시켰다. 사석의 연재로 <미생>은 일종의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transmedia storytelling)을 매우 흥미로운 형태로 구현했다. <미생>은 원천콘텐츠에서 거점콘텐츠로 전환하면서 원천콘텐츠의 프리퀄을 첨가하면서 원천콘텐츠의 전사에 해당하는 오과장의 신입사원시절을 추가하였다. <미생>의 프리퀄은 여타의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는 다르게 새로운 서사를 추가함으로써 보다 완성된 서사 세계’(narrative universe)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거점콘텐츠의 방영에 맞춘 일종의 프로모션 툴로서 기능했기 때문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프로모션 툴은 뜻하지 않게 상품화의 결과로서도 성취되었다는 점이다. <미생>은 웹툰의 성공에 힘입어 드라마 이전에 이미 단행본 출간, 캔커피, 종이컵, 헛개수, 노트, 티셔츠 등의 상품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이것은 부가가치는 물론 <미생>이라는 브랜드 창출에 긍정적인 부메랑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미생>은 성공적인 PPL(Product Placement)을 통하여 미시콘텐츠(micro contents)를 활성화였다. 낯선 이물감 없이 전체 서사에 유기적으로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숙취음료, 홍삼, 복사지, 일회용커피 등이 그것이다. 일반적인 PPL의 경우 상품당 1000만원이지만 <미생>의 경우에는 4000만원 수준이라는 것만 봐도 그 효과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미시콘텐츠의 활성화는 단지 수익의 극대화뿐만 아니라 향후 콘텐츠의 수명 연장 및 프랜차이즈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면에서 주목해야할 요소다.

현재적 의미에서 <미생>을 통해 드러난 콘텐츠 향유 경로의 변화와 그에 다른 수익창구의 다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드라마 <미생>을 제 시간에 케이블을 통해서 보는 시청자만큼이나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통해서 즐기는 향유자가 증가한 것이 현실이다. 스마트환경 하에서의 콘텐츠 향유는 다양할 수밖에 없고, 다양한 만큼의 수익 창구를 갖게 되는데, <미생>의 경우에는 주문형비디오(VOD)와 푸티지(footage) 광고 매출이 두드러진다. 편당 제작비 3억의 시청률 6.7%대의 20부작 드라마의 VOD 매출 30억은 유의미한 수익이며, 더구나 일부 영상만 뽑아서 활용하는 푸티지 광고 역시 20억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콘텐츠의 수익 창구의 변화는 콘텐츠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향후 스마트환경 하에서 드라마는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의 디바이스적 특성과 향유 경로와 연동하는 수익 창구의 성격에 따라서 스토리텔링 전략을 최적화해야하기 때문이다. PPL이 자연스러운 서사 요소의 확충, 미시콘텐츠를 활성화할 수 있는 서사 전략, 푸티지 광고가 가능한 연출 전략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기획 단계부터 고려해야만 한다. 여기에 원천콘텐츠의 장르 전환까지 고려해야한다면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 창구의 다변화와 신규 개발은 드라마의 질적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고, 그와 더불어 원천콘텐츠이 웹툰의 수익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탐구해야할 문제이다.

이청준의 자신의 스터디셀러 󰡔당신들의 천국󰡕이 읽히는 시대는 불행한 시대라고 단언한 바 있지만, 그 작품은 현재가지 꾸준히 읽히고 있다. 이청준의 말투를 흉내내자면, 윤태호의 <미생>이 읽히는 시대는 온전히 완생에 이르지 못한 시대다. 아니 우리가 완생을 꿈꾸는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미생>은 현재 진행형이며 완생을 향한 준열한 성찰의 텍스트임에 분명하다. 지금 이곳에서 <미생>이 불러오는 공분(公憤)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공감(共感)이며 공유(共有)의 힘이다.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웹툰으로 단행본으로 드라마로 <미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않은가?

 

<만화규장각> 201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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