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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점심을 먹고 청핀슈디엔(誠品書店)에 다녀왔다. 24시간 영업을 한다는데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청핀슈디엔에 가보니 마침 데즈카 오사무(手塚 治虫) 탄생 90주년 기념전을 하고 있었다. 전시회는 서점 안에서 소박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만화의 신이라는 극적인 수사도 수사였지만 1950년 《정글대제》(밀림의 왕자 레오)를 발표할 당시 그의 나이 22살이었다는 것, 1952년 《우주소년 아톰》을 24살에, 《리본의 기사》(사파이어 왕자)는 25살에 발표했다는 사실에 새삼 압도되었다. 전신회는 기승전판매였지만 흥미로웠다. 화집코너에서 에곤 쉴레의 화집을 들춰보다가 1915년 전시회 포스터에 매료되었다. 그 전시회에서는 25살 에곤 쉴레의 고민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낯선 도시에서 만나는 서점은 언제나 새롭다.

데즈카 오사무 탄생 90주면 기념전 홍보물이 청핀슈디엔 앞쪽에 과하게 선명한 색으로 서 있다. 아!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우리의 유년을 얼마나 설레게 했었나

소리(위)와 속도(아래)를 표현하는 법을 설명하는 데즈카 오사무의 작법을 눈썰미 좋은 큐레이터가 전시에 활용했다.

기승전판매! 상품들 구성은 소박한데 가격은 과했다.

작품연보만으로 압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가 그다.

에곤 쉴레....매력적인 화가,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스토리텔링을 구현하는 몇 안되는 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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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미루다 아내의 재촉에 출장 짐을 싼다. 말이 싼다지 나는 가져갈 짐을 꺼내놓고 트렁크에 차곡차곡 넣어주는 것은 아내다. 짐을 싸면서 가서의 상황을 떠올리며 필요한 것을 넣다보면 늘 큰 트렁크 하나 가득이다. 물론 노트북을 담고 읽을 책 두 권이 들은 백팩과 여권과 선글라스 그리고 보조밧데리를 담은 크로스백도 늘 함께다. 이번에는 가벼운 티셔츠를 주로 넣었지만 그곳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격식을 차린 옷도 한 벌 넣어야 했다. 더구나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해서 백팩에는 기획서 자료와 원고 자료까지 들어갔다. 줌파 라히리와 제임스 셀터의 소설 두 권을 넣은 것은 다 읽고 오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시작은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짐을 다 꾸리고 사진을 찍고 보니 가져가는 약이 한 짐이다. 상시 복용하는 약 5종과 엘러지 약, 그리고 위장약까지 줄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늘기만 한다. 게다가 해야할 일은 어디든 가서라도 해야하니 이래저래 짐도 마음도 가볍지 않은 출발이다.

여행짐은 마음가짐일텐데 작은 것도 놓지 못하니 내내 가방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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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하다 늦게 잔 탓인지 모처럼 꿀잠을 잤다. 7시30분 아침을 먹으러 게스트하우스 인근 국수집에 갔더니 역시 가격이 착하다. 둘이서 국수 두 개, 밥 하나, 계란 부침 하나, 수세미 볶음, 두부요리를 먹었는데 우리돈으로 6000원이다. 가격표를 보니 면 하나에 비싸야 2400원쯤...면도 다양하고 육수도 좋고 고명도 훌륭한데 가격도 착하다. 먹고 사는 물가만 잡아도 조금 여유로울텐데...아침 먹고 1시간쯤 운동장에서 가볍게 달리다 걷다를 반복했다. 비도 살살 내리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달리니 무엇보다 자유롭다. 방으로 돌아와 샤워하고 운동한 옷 가볍게 세탁하고...이제부터 오늘 일정 시작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오후 3시까지밖에 영업하지 않는다는 동네 국수집. 차림표에 적힌 가격이 정겹다. 먹는 것이 가장 기본인데...우리보다 여유로운 이유다. 

 아직 면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부두와 수세미볶음의 풍미가 깊었다.

일주일간 머물게 될 진리대학 게스트 하우스다. 실용적이고 편리하고 엄격하다. 풍광과 넉넉한 나무가 그만이다.

잔디운동장도 좋지만 운동장 주변 그늘 짙은 나무가 참 좋다. 부럽기까지....시키지 않아도 달려야할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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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에 도착했다.도착할 때만해도 날은 더할 수 없이 좋았는데,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빗방울이 날렸다. 비를 맞으며 타오위안 인근을 돌아보고, 10시 넘어 숙소인 진리대학 게스트하우스에 도착했다.

타오위안 도착 직전의 풍경, 멀리 해변가에 풍력 발전설비가 이채롭다. 내가 좋아하는 대만의 높이가 보이는 풍경이다. 


며칠 푹푹찌던 한국의 날씨때문이었는지 내리는 비가 온몸이 젖었지만 오히려 좋았다. 신발은 물론 온봄이 땀으로 범벅이 되었다는 것이 함정이라면 함정일까. 그동안 대만에 와서 타이난, 타이중, 그리고 대부분은 타이페이였는데 오늘은 타오위안을 볼 기회가 있어 좋았다. 늦은 점심을 먹고 따시에 있는 장개석 기념당과 자비의 호수를 보고, 따시 라오제(Daxi Old Street)를 걸어서 둘러 보았다. 덧없는 것이 권력인지 세월인지 몰라도 두 곳 모두 시간의 메타포였다.

제 각각의 속도를 생각하게 하는 달팽이, 기운내자.

장개석 기념당, 의외로 소박하다고 생각했으나 옆 잔디밭에 놓인 200여개의 동상과 그것이 세워지게된 동기만으로도 그의 캐릭터가 선명해졌다.

고향을 그리며 고향과 가장 비슷한 풍경이 있던 따시 자비호 부근을 자주 찾았다는 장개석, 결국 그와 그의 아들 주검이 방부 처리되어 머문 곳이 지금의 <장개석 기념당>이다. 중국 대륙을 호령하다 작은 섬 타이페이로 쫓겨와 평생 귀향하지 못했으니 그 울분과 그림움은 오죽했을까? 그곳을 둘러보고 출구로 나오는데 꽤 큰 달팽이가 힘겹게 비를 맞으로 앞으로 가고 있었다. 첫째가 키우던 달팽이 핑핑이가 생각났다. 쫘악 펼치면 어른 손바닥 만큼 제몸을 늘이던 녀석은 결국 제몸을 감당하지 못하고 몇해전 죽었다. <장개석 기념당>을 나오다보면 족히 200여개는 넘을 듯한 장개석 동상들이 곳곳에 이야기처럼 모여있었다. 누가 왜 어떻게 이 동상이 여기있을까 하는 의문은 출구 다와서 추측할 수 있었다.

따시 라오제(大溪老街 Dasi Old Streets)는 흥미로운 텍스트다. 간판이나 현판만 모아서 비교해 보면 그들이 가진 소망과 지향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바로크 양식과 한자 혹은 한자어 현판의 부조화, 재미있는 공간텍스트다.

따시 라오제 다운 거리, 이채로운 것을 관호에 묶으면 과한 설정은 숙명이다. 하얗게 태울 때까지 대기 대기 대기


따시 라오제(Daxi Old Street)는 단수이 라오제를 연상시켰지만, 100여년 전의 번성했던 시절의 바로크양식의 흔적들이 사람들을 모으고 있었다. 걷다보니 거리의 끝에서 시작되는 큰 나무들의 거리가 더 할 수 없이 부러웠다. 자연스럽게 거리 전체를 그늘지게하고 있는 시간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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