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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 스토리텔링으로 서다

 

박기수(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전 세계적으로 10년간 32천만부 이상을 판매한 <해리포터>시리즈가 완결되었다. 해리포터라는 이 작은 꼬마가 소설과 같이 성장하며 일구어낸 신화들, , 초당 23권의 경이적인 판매 부수를 보였다거나, 완결판의 보완을 위하여 블룸스베리출판사는 190억원을 들여 보완체제를 개편했다거나, 이 책을 출간한 국내 출판사가 향후 50년간 책을 찍지 않아도 충분할 만큼의 돈을 벌었다는 등의 이야기들은 이제 더 이상 새롭지 않다. 그렇다고 게임에 빠져 있던 아이들의 독서습관을 기르는데 도움이 되라고 부모들이 구입한 덕이라는 등의 구태의연하고 당위적인 주장도 이 글의 목적은 아니다. 이 글에서는 문화콘텐츠의 관점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를 살펴보고 그것의 미덕과 한계를 점검해보려 한다.

많은 자본이 들어가는 문화콘텐츠에서는 실패의 위험을 줄이기 위해 대중성과 시장성이 검증된 텍스트와 windowing이나 One Source Multi Use를 원활히 수행할 수 있는 텍스트를 원천콘텐츠로 선호한다. 원천콘텐츠는 대중성뿐만 아니라 향유를 활성화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를 지니고 있어야 하며 거점콘텐츠로의 전환(adaptation)이 용이한 구조를 지니고 있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해리포터>시리즈는 원천콘텐츠로서 다양한 미덕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책만큼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화의 예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퀴디치, 호그와트 교복, 마술봉, 마술 빗자루 등 향유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미시콘텐츠들이 거시콘텐츠의 내러티브 구조 안에 유기적으로 잘 구조화됨으로써 텍스트의 완성도를 제고하는 동시에 부가상품화 가능성을 극대화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미시콘텐츠의 활성화는 해당 콘텐츠의 수익 증가를 의미할 뿐만 아니라 거시콘텐츠에 대한 관심을 상기시키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효한 전략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시리즈가 흥미로운 것은 기본 생활은 영국식 문화에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극적 사건 전개에 필요한 악당이나 괴물들은 서구의 신화들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특수성과 보편성을 절묘하게 구사하고 있다는 점이다. ‘규모의 경제를 확보해야 하는 문화콘텐츠 시장에서 문화할인율을 고려한 다양한 배려는 기획 단계부터 시도된다는 측면에서 <해리포터> 시리즈는 양질의 벤치마킹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존 피스크가 말한 대중문화콘텐츠의 3가지 차원의 생산성을 고려한다면, 이 시리즈는 보편적 신화의 특수한 재맥락화를 통한 기호학적 생산성과 향유공동체를 중심으로 하는 언술행위의 생산성을 활성화시키고 있다는 점, 그리고 다양한 텍스트적 생산을 통하여 그것을 지속강화하는 전형적 사례로 평가할 수 있다.

거칠게 단순화한다면 <해리포터> 시리즈는 익숙하고 보편적인 호소력을 지니고 있는 서구의 신화와 전설 등을 참신한 캐릭터의 복수담과 미스터리담, 그리고 무엇보다 캐릭터들의 성장담으로 전환시킨 이야기이다. 익숙함과 참신함의 8:2로 배분하는 할리우드식 문화콘텐츠 대중화 전략을 그대로 따르고 있다. 하지만 좀 더 섬세하게 말하자면 이 시리즈가 크게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위와 같은 다양한 미덕을 하나의 텍스트에 담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우수한 스토리텔링을 생산할 수 있었던 기저에는 마르지 않는 샘물처럼 오늘도 끊임없이 스토리텔링을 고민하고 있다는 영국 내 2만 개에 달하는 스토리텔링 클럽에 있다. 다양한 문화적 역량을 지니고 있는 다양한 층위의 사람들이 자기방식으로 대중성을 획득할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들기 위하여 수시로 찾는다는 스토리텔링 클럽! 문화콘텐츠의 금과옥조처럼 이야기하는 개인의 창의력이란 바로 이러한 지속적인 노력과 양질의 향유공동체를 전제로 한다는 사실을 이 시리즈에서 배워야 할 것이다.

<해리포터> 시리즈는 완결되었지만 이것을 원천콘텐츠로 하는 거점콘텐츠화 사업은 앞으로 몇 년간 우리를 또 흥분시키며, 그들의 주머니를 두둑하게 불려줄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이국의 낯선 이름들 대신 <미르가온>처럼 낯익은 우리 꼬마들이 펼치는 마법과 모험의 판타지를 기다려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2007년 <한대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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