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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거 우즈의 지독한 스토리텔링

 

박기수(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골프 황제가 섹스머신이 되었다. 골프 황제의 신화를 만들던 대중매체들은 그의 숨겨놓은 여자가 몇 명인지, 라스베가스 VIP룸에서 받았다던 서비스가 무엇인지, 그의 아내가 받게 될 위자료는 얼마인지로 차갑고 단호하게 관심을 돌렸다. 타이거 우즈는 사라지고 그에 관한 스토리텔링만 남았다. 나는 우즈의 일을 통해 일상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것이며 환경이란 얼마나 처절하게 변할 수 있는 것인지혹은 ‘1인자의 고독또는 혼외정사의 비윤리성따위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타이거 우즈의 스캔들이 지독한 스토리텔링으로 변하는 과정을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이다.

이야기(story)+말하기(tell)+향유하기(ing)의 합성어인 스토리텔링은 문화는 물론 사회 전반의 화두다. 스토리텔링의 전면화는 하늘아래 새로운 이야기는 없다는 고갈의식과 뉴미디어의 눈부신 발전에 따른 말하기 방식의 다양화통합화 그리고 감성적 소통과 체험을 전제로 한 재미의 추구 등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스토리텔링은 이제 무엇을 말할 것인가뿐만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즐길만한 것으로 만들 것이냐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우즈의 스캔들은 스토리텔링의 최적화 요소를 지녔다. ‘모범적인 스포츠 스타의 불륜 행각은 스토리로서 뿐만 아니라 기획의 하이컨셉으로서 매우 매력적인 소재다. 골프 황제, 선정적이고 은밀한 직업의 미녀들, 스타의 은밀한 사생활, 엄청난 금액의 위자료 등은 그것을 더욱 즐길만한 것으로 만들고, 수준과 상관없이 전방위적으로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정보와 추측성 기사들을 쏟아내는 매스 미디어의 활약은 가공할만한 즐거움을 생산한다. 그런데 이 지독한 스토리텔링 앞에서 왜 우리는 즐겁지 않은가?

스토리텔링의 핵심은 얼마나 향유를 활성화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 향유란 향유자가 텍스트에 적극적으로 참여함으로써 즐거움을 극대화하는 과정을 말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향유의 대상이 즐길만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우즈의 이야기는 차라리 두려움이다. 신화가 되길 원했던 신뢰할만한 스포츠 스타의 몰락과 자본 앞에서 이어지는 폭로와 매스컴의 확대재생산 구조,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차별적으로 제공되는 불신의 흔적들. 그것들은 모두 무엇 하나 즐거울 수 없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아무 것도 할 수 없기 때문에 모든 것을 할 수 있다. 밥이 되지는 않지만 밥으로 해결할 수 없는 즐거움을 만들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스토리텔링은 즐거움이어야 한다. 스토리텔링의 즐거움 향유 과정을 통하여 스스로를 성찰하는 체험이 될 수 있을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말하는 이와 듣는 이가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스토리텔링이 더욱 간절한 계절이다.

2010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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