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문화올림픽, 잔치를 넘어 축제로
박기수(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한 우려는 기대의 또 다른 이름이다. 올림픽 시설로 인한 자연 훼손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에서부터 막대한 예산 투입으로 인한 재정 부담과 경제적·문화적 효과에 대한 의문에 이르기까지 평창 동계 올림픽에 대한 우려는 개최 결정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왔다. 더구나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정투쟁을 벗어나지 못했던 올림픽과 아시안 게임에 대한 학습 효과는 그러한 우려를 더욱 증폭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우려는 역설적으로 그만큼 올림픽에 거는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반증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평창 동계올림픽에 거는 기대는 무엇일까?
벤쿠버, 베이징, 런던 올림픽에서 보았듯이 올림픽은 이미 단순한 스포츠 축전이 아니다. 근대 올림픽을 주창했던 쿠베르탱 남작도 올림픽의 핵심요소로 스포츠, 문화, 교육을 꼽았었고, 1912년 스톡홀름 올림픽부터 스포츠와 동일한 방식의 예술경기대회를 개최해왔었다. 근대 올림픽은 이미 스포츠를 중심으로 문화예술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축제로 자리매김해왔다. 이러한 맥락을 전제로 평창 동계 올림픽의 성과를 금메달 수나 당장의 경제적 이익만으로 평가하지 않고, 문화 올림픽(Cultural Olympiad)의 관점에서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면 앞서 걱정했던 것들은 대부분 불식시킬 수 있지 않을까? 문화가 지니고 있는 정신적 풍요와 무형의 가치 그리고 브랜드 효과와 그로인한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이르기까지 그 효과는 실로 무한하기 때문이다. 다만 평창 동계올림픽이 문화 올림픽을 지향한다고 해서 반드시 그것을 이룰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문제는 늘 그렇듯 어떻게 그것에 이를 수 있느냐에 있다.
정부도 이러한 인식 위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문화올림픽으로 성공적으로 이끌기 위해서 다양한 방안과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먼저 눈에 뛰는 것은 5G, IoT, UHD, VR, AI 등을 활용한 ICT올림픽으로 특화시키고, 실감콘텐츠, 차세대방송, 스마트한 서비스를 구현함으로써 올림픽은 물론 다양한 문화자산을 콘텐츠로 보급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통해 코리아 프리미엄 창출, 올림픽 문화유산, 국민 참여와 대통합을 주요 목표로 설정하고, 이를 위해 한국의 정체성을 세계화하고, 강원도의 동아시아 문화벨트화, 전 국민의 문화 참여를 핵심 과제로 제시하였다. 첨단의 ICT를 활용한 세계 최고의 빠르고 편리하게 즐길 수 있는 스마트 올림픽을 구현하고, 이를 매개로 우리문화 및 콘텐츠를 선양하겠다는 의지다. 이러한 의지와 촘촘한 계획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평창 올림픽에 대한 낙관적 전망으로 다가오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부가 제시한 계획에서 가장 아쉬운 것은 그것을 채워나갈 콘텐츠에 대한 지향이나 구체성이 누락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말은 그 콘텐츠가 무엇이냐는 실체적 질문이라기보다는 보다 그것의 정체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말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던 그러한 첨단 기술과 다양한 기획들이 과연 누구를 위한 어떤 성격의 콘텐츠여야 하는지, 그것을 왜 평창 동계 올림픽에서 해야 하는지, 한다면 그것을 통해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과 토론 그리고 합의의 과정이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 가장 아쉬운 지점이다. 문화올림픽은 올림픽을 전후로 상당한 기간 동안 지속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그것의 지향 가치나 향유 주체를 고려한 ‘무엇을, 왜, 지금 여기에서’에 대한 납득 가능한 합의가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이러한 선결과제를 풀어야지만 중장기적인 국가 문화정책과의 연동 가능성 혹은 연동 전략, 우리가 가진 문화적 역량을 올림픽으로 수렴·결집시켜 브랜드화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 향후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전략과 같은 실체적인 접근이 가능한 까닭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평창 동계 올림픽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인정투쟁의 단기 이벤트가 아니다. 그것은 동계 스포츠를 진일보시킬 기점이고, 우리의 문화역량을 선양할 수 있는 계기이며, 뚜렷한 지향 가치를 통하여 우리 문화 정체성을 규명하고 부각시킬 수 있는 ‘살아있는 장(場)’이 되어야만 한다. 평창 동계 올림픽이 ‘살아있는 장’으로서 문화올림픽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보여주기 위한 일방적인 잔치가 아니라 더불어 함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축제가 될 수 있어야만 한다. 무엇보다 정선, 강릉, 평창과 같은 개최도시 주민들이, 강원도민들이, 우리 국민들이 참여하고 더불어 즐김으로써 지지하고 확산시킬 수 있는 올림픽이 되어야 한다. 아울러 올림픽 기간 동안의 일회성 행사가 아니라 올림픽을 기점으로 지속가능한 문화 프로그램으로 나아가야 하며, 그것은 강원도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의 문화정책과 유기적인 연쇄 안에서 고려할 일이다.
런던 올림픽에서는 4년간 18만 건의 문화이벤트가 지속적으로 전개됨으로써 문화 올림픽으로서‘왜 지금 이곳’이어야 하는지에 대한 뚜렷한 아우라(Aura)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것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대규모 매스게임이나 물량공세로 압도하는 전체주의적이고 반문화적인 행사가 아니라 참여하는 모든 이들이 자부심을 갖고 스스로 고양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통해서 가능할 수 있었다. 그러한 콘텐츠가 올림픽을 잔치가 아닌 축제로 만들기 위한 참여와 가치 그리고 즐거움의 문화적 실천을 통해 구현되었다는 점을 상기하자. 금메달을 목에 걸 우리 선수들만큼이나 기대되는 것은 올림픽 전후로 펼쳐질 문화올림픽 기간 동안 우리를 매혹시킬 콘텐츠가 아니겠는가?
<매거진서울스포츠> 2016-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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