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방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과 학생들을 근처 편의점에서 만났다. 진리대학 주변에는 술집이 없어서 세븐일레븐에서 만나 가볍게 캔맥주를 나누며 대만에서의 이야기를 나눴다. 얼굴이 모두 다르듯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유도, 중국어 수준도, 앞으로의 진로도 모두 다르니, 이렇게 해라라는 지시는 의미가 없다. 살면서 가져야할 태도와 자세 그리고 지향이 의미있을 뿐이다. 과자 안주에 캔맥주뿐이었지만 많이 웃고 많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하다. 학교일을 하면서 늘 시간이 부족해 제자들과의 소통이 부족하지 않을지 염려하게 되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11시 게스트하우스 문이 엄격하게 닫혀서 부지런히 들어왔다.

제자들의 환한 소란이 좋다. 대만에서 각자의 후일담을 두고두고 들어도 좋으리.

단수이 근처에는 소박하지만 살아있는 골목이 많아 정겹다. 골목마다 아이들이 뛰어나와 소란스레 놀 것 같은 풍경이다. 좁지만 꽉 찬 골목, 가로등이 제법 빛나도 좋을,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그런 골목이 참 좋다. 어려서는 골목을 무서워했는데 이제는 그리운 시간을 살고 있다.

골목은 서로 삶이 맞닿아 있어서 좋다. 귀가하는 길에 저녁밥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 누구네가 길러서 이미 그늘 진 나무 한 그루쯤으로 불려도 좋을 공간이다. <화양연화>의 복도와는 조금 다른, 소박하지만 진지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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