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7.26)는 타이페이를 벗어나 문무묘(文武廟)와 일월담(日月潭)을 거쳐 아리산(阿里山)으로 갔다. 산을 오르는데만 버스로 1시간 이상이 걸리고 워낙 산중이라 숙소에서는 와이파이가 터지지 않았다. 와이파이가 막히고나니 말그대로 암흑이었다.

문무묘는 문(文)으로는 공자를, 무(武)로는 관우를 섬긴다는 의미란다. 1934년 댐건설로 담수가 진행되면서 수장될 종교 시설들을 모아 1938년에 따로 세운 곳이란다. 작년에 왔을 때는 뒷쪽에서 보았는에 올해는 앞쪽에서 보았다. 중국 자금성의 모습을 축소한 듯 구조화되어 있는데 그 화려함이 지나치게 차고넘쳐 작위적이라는 느낌마저 드는 곳이었지만, 탁 트인 전망을 안고 있어 그것만으로도 족했다.

일원담은 둘레가 24km에 이르는 타이완 최대의 큰 담수호란다. 북쪽 호수는 해를, 남쪽 호수는 초승달을 닮아 일월담이라고 했다한다. 배로 가로질렀으니 그 전체 모양과 규모야 알기 어려웠지만 파란 하늘과 탁 트인 풍광만은 기억할 수 있었다.

아리산을 오르는 내내 비가 내려서 다음날로 예정된 일출과 트레킹을 걱정했지만, 그 모든 것이 산 아래의 일이었다. 지나치게 습해서 곳곳이 <모노노케 히메>의 숲 같았고, 계단이며 축대에 피오난 이끼들이 아름다웠다. 저녁을 먹고 우리과 학생들과 함께 근처 세븐일레븐에서 가볍게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밤이 깊을수록 숨어 있던 별들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압도적인 밤이었다.

별 밝은 밤에 아리산 산정에서는 캔맥주만으로도 족했다. 캔맥주보다 더 환한 웃음과 이야기들....그래도 마무리는 컵라면이다. 한국 떠난지 한 달이 다되어가는 제자들은 신라면을 먹으며 김치를 그리고 한국음식을 그리워했다. 환한 밤이었다

아리산 올라가는 길에 만난 붉은 다리, 문득 맥락없이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고, 창으로 달리는 빗방울과 함께 묘한 상념에 빠지게 했다.

일월담 현광사에서 만난 아기보살님. 모두의 시선과 사랑을 받건만 왜 그리 여위었는지....

일월담을 달리는 배 위에서 우리만 신났다. 재희야 눈떠라! 

간절한 소만을 담아 걸어둔 부작들. 계단에는 1.1부터 12.31까지 각인되어 있다. 그래서 그랫구나 이해되는 공간.

일월담을 제대로 볼 수 있었던 현광사(玄光寺) 부근이다. 일월담도 맑고 하늘도 그만인 곳이다. 

삼장법사의 사리가 모셔져 있다는 현장사다. 절 규모는 소박했지만 묘한 아우라는 지닌 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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