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님>, 칭찬해? 칭찬해!

 

박기수(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나이가 들수록 소란스러운 것이 싫다. 채널을 바꾸다 만나게 되는 <아는 형님>은 언제나 소란스러웠다. 교복을 입는 설정도 그리 마음에 드는 것이 아니었고, 연예인 신변 퀴즈를 풀며 정답을 맞히는 과정도 무례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진득하게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본 적이 없다가 지난 주말 마침내 <아는 형님>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게 되었다. 우연히 접한 프로모션 클립이 하도 유쾌해서 찾아본 것이었다. 게스트였던 걸스데이의 털털함과 리액션도 그 유쾌함에 한 몫을 차지했지만 무엇보다 그 이유는 프로그램 포맷의 차별성에 있었다.


교실을 배경으로 전학생이 오면서 서로 알아간다는 콘셉트가 새로운 것은 아니다. 메인 MC와 보조 진행으로 구분하지 않고 일곱 명의 집단 진행 형태를 취하고 있다는 점, 그러다보니 게스트가 진행을 주도하는 역할 역전이 자연스럽게 일어난다는 점, 각자의 캐릭터 설정에 따라 게스트가 빛날 수 있게 조력자로서 충실한 뒷받침을 수행한다는 점, 포맷 속 캐릭터와 실재 캐릭터 간의 경계를 탄력적으로 조정함으로써 출연진을 탈신비화하고 있다는 점, 교실이라는 공간을 토크, 퍼포먼스, 기타 활동의 무대로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이 차별화 전략으로 두드러진다. 뿐만 아니라 <아는 형님>이라는 제목에서도 드러나고 있듯이 진행자의 관점이 아니라 게스트의 관점이 부각되어 있다. 그런 까닭에 게스트가 자신을 일방적으로 드러낼 수 있도록 돕는다는 설정이 아니라 교실이라는 공간에서 전학생과 재학생이 함께 어우러져 놀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시청자는 그 모습을 즐긴다는 설정으로 차별화하고 있다. 더구나 전체를 반말로 진행함으로써 출연진의 연령 차이와 그에 따른 서명 등이 자연스럽게 소거됨으로써 거침없고 솔직한 발언을 이끌어낼 수 있게 한다.

<아는 형님>의 가장 큰 경쟁력은 특정 포맷을 고집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새로운 포맷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기저에는 퀴즈와 노래방 문화를 결합시켜 새로운 즐거움을 발견한 경우처럼, 다양한 장르나 포맷을 즐거움을 중심으로 결합시키는 과감한 도전이 있다. <아는 형님>의 대부분 코너는 어디서 봄직한 익숙한 것들이지만 그것이 전혀 다른 맥락(context)에서 구현됨으로써 새로운 즐거움을 창출할 수 있도록 과감한 도전을 지속하고 있다. 이러한 차별화의 도전은 지금까지 즐거웠던 만큼 앞으로 더욱 더 큰 기대를 갖게 한다.

<아는 형님>이 미덕으로만 가득 찬 프로그램이라는 의미가 아니다. 즐거움에 프로그램의 모든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하더라도 <아는 형님>이 공허한 말장난, 고착화된 성역할을 확대 재생산, 연예인의 신변잡기중심 진행 등의 비난에서 자유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그들이 시도한 새로움의 도전에 주목해보자는 말이다.

어디 <아는 형님> 뿐이겠는가? 단지 밥 세끼 먹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큰 즐거움을 주었던 <삼시 세끼>, 뚱뚱한 먹보들 네 명이 그저 먹는 과정만 보여주어도 재미있는 <맛있는 녀석들>, 성장과 오디션을 결합시켰던 <프로듀스 101>, 모창 능력자를 찾아 추억 속의 스타를 현재로 소환했던 <히든 싱어> 등 최근 차별성으로 승부했던 포맷들을 상기해보자.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 이 프로그램들이 현저하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익숙함 속에서 시청자의 향유 코드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거기에 파격적인 차별화의 콘셉트를 과감하게 얹을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남을 흉내 내면 표절이고 스스로를 베끼면 매너리즘이다. 지난 몇 년 동안 다양한 이유로 황량해진 공중파 프로그램을 생각한다. 종편이 엄청난 자금으로 스타PD와 작가들을 스카우트해갔기 때문이라 핑계대지 마라. 스타PD와 작가들이 공중파를 떠날 수밖에 없었던 열악하고 경직된 제작환경을 먼저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경직성으로부터 탈피하기 위해서는 가치 있는 즐거운 체험을 지향하는 뼈저린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변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뿐이다. 가장 빠르게 변하는 것이 콘텐츠 시장임을 누구보다 당신이 가장 잘 알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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