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의 정체와 가능성 그리고 광주

 

 

박기수(한양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문화콘텐츠의 정의는 생성적이다. 뉴미디어와 다양한 콘텐츠의 결합으로 인하여 문화콘텐츠의 영역은 개방적 폭식성(暴食性)을 보이고 있는 까닭이다. 따라서 규범론적인 정의든 범주론적인 정의든 간에 끊임없는 수정을 요구당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화콘텐츠에 대한 논의를 위해서는 잠정적인 형태의 정의라도 필요하다. 지금까지 합의된 정의들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는 문화콘텐츠를는 문화, 예술, 학술적 내용의 창작 또는 제작물 뿐 아니라, 창작물을 이용하여 재생산된 모든 가공물, 그리고 창작물의 수집, 가공을 통해서 상품화된 결과물들을 모두 포함하는 포괄적 개념으로 정의한다. 여기에 심상민교수는은 원작자가 누구인지, 어떤 가공 프로세스를 거쳐 만들어졌는지가 명확해서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어야 한다는 콘텐츠 재화(contents good)'적 인식을 강조한다. 그는 또 창작에 의해 만들어진 문화, 예술작품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을 문화산업이라고 한다면, 놀이와 감상의 성격을 강화한 것을 엔터테인먼트 산업이라고 하고, 그 가운데 상업화의 가능성이 높고’ ‘매체 연계성이 높은분야를 문화콘텐츠라고 주장한다. 이러한 주장들이 비교적 신뢰할만한 것이라고 할 때, 문화콘텐츠는 문화콘텐츠의 합성어로서, 문화적 특성과 콘텐츠적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문화는 매우 포괄적이며 인간의 삶과 밀접한 상관을 지니고 있는 탓에 실체적 개념이라기보다는 조형적 개념에 가깝다. 콘텐츠비즈니스연구소에 따르면 콘텐츠문자영상소리 등의 정보를 제작하고 가공해서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정보 상품이다. 이와 같이 상이한 성격의 두 개념이 만나서 만들어내는 문화콘텐츠는 매우 복합적이고 다양한 부면을 지닐 수밖에 없다.

그러나 저작권의 소재가 분명한 정보 상품이라거나 문화의 재화적 가치를 극대화한 것이라거나 그 정의가 무엇이든 간에 문화콘텐츠를 통합적인 실체로서 파악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가령 문화콘텐츠 경영 전략이라거나 문화콘텐츠 기획혹은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등의 말들은 명료한 것처럼 느껴지지만 매우 성기고 심지어 허구적인 개념들이다. 왜냐하면 문화콘텐츠라는 말이 매우 다양한 장르와 수다한 매체들을 포괄하는 개념이며, 그것들을 생산을 전제로 실천적 차원에서 파악해보면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이 더욱 유용하기 때문이다. 즉 각기 다른 것들을 포괄적으로 묶어놓고 그것을 통합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매우 공소할 수 있는 까닭이다. 물론 우리가 소위 문화콘텐츠라고 부르는 분야를 미국에서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영국에서는 창조산업 등으로 부르며 통합적으로 논의한 연구들이 없는 것은 아니나, 그것들의 내용을 살펴보면 지배적인 특정 장르를 중심으로 한 논의임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개별적인 영역, 즉 영화, 드라마, 애니메이션, 만화, 게임, 캐릭터 등으로 불리고 있는 문화콘텐츠를 굳이 새로운 조어(造語)까지 하면서 정부가 주도했던 것은 뉴밀레니엄을 앞두고 새로운 정책적 비전 제시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콘텐츠라는 용어는 실체적 개념이라기보다는 구성적인 정책적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문화콘텐츠에 대한 우리의 관심은 사회적 흐름의 자연스러운 결과라기보다는 매우 돌발적인 것이었고, 민간이 주도하는 것이 아니라 관()이 앞에서 선도하는 형국이었고, 문화적 역량이 결집된 결과 아니라 경제적 부가가치에 편향된 기대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문화콘텐츠 분야에서 정책적으로나 학문적으로 노력에 비하여 뚜렷한 성과가 나오지 않는 것은 그것을 구성하고 있는 개개의 것이 공통점보다는 차이점을 더 많이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개념과 범주로 묶으려는 무리한 시도 때문이다.

이와 같이 문화콘텐츠에 대한 국내에서의 활발한 논의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세계적으로 두루 통용되는 보편적인 용어는 아니다. 사실 문화콘텐츠는 그 각각의 실체는 확인할 수 있지만 조형적이며 생성적인 현재 진행형 정의와 범주의 자기증식으로 인하여 개념적으로는 매우 모호한 상태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모순과 혼란에도 불구하고 문화콘텐츠를 둘러싼 담론들은 보다 생산적이고 실천적인 양상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이러한 구체화는 국가적인 차원에서 문화콘텐츠를 미래의 성장 동력으로 파악하고 정부 부처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지원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고, 투자 리스크를 줄이고 보다 효과적인 기획-생산-유통의 합리적인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한 전략 모색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으며, 문화콘텐츠가 대학 교육을 통해 학문적 탐구와 체계적인 교육이 본격화되고 있는 결과이다. 지속적인 사회적 수요와 학문적 체계화의 노력 그리고 산학이 연계한 다양한 실천적 시도들은 문화콘텐츠의 모호한 개념에도 불구하고 문화콘텐츠의 구성과 실체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시 말해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과 논의는 그것에 관한 비관적 우려조차도 낙관적 미래를 이루어야 한다는 절박함과 의지의 다른 표현일정도로 강박에 가깝다. 이제 문제는 문화콘텐츠에 대한 보다 실천적인 논의를 어떻게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이며, 그 결과가 얼마나 생산적일 수 있느냐에 달렸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문화콘텐츠는 문화콘텐츠의 합성어로서, 문화적 특성과 콘텐츠적 특성을 모두 가지고 있어야만 하고, 양자는 동시에 구현되어야 하는 특성을 지닌다. 즉 문화가 콘텐츠에 종속되거나 콘텐츠가 문화에 종속되는 식의 종속관계가 아닌 문화와 콘텐츠가 적절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상보적인 관계를 유지할 때, 비로소 제대로 된 문화콘텐츠의 출현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동안 문화콘텐츠에 대한 관심은 경제적 부가가치 창출에 대한 기대에 편중됨으로써 오히려 부가가치 창출에 실패하는 아이러니한 결과를 가져왔다. 문화콘텐츠가 지닌 문화의 자본화 가능성은 경제적 가치만을 지향함으로써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문화적 가치를 구현하는 과정에서 경제적 가치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결합시킬 수 있느냐에 좌우되는 까닭이다. 경제적 가치에 편향되어 문화를 도구화하거나 효율성을 앞세워 창의성을 매몰시키는 일은 문화적 가치에 압도되어 경제적 가치를 배려하지 않는 일만큼이나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고, 문화콘텐츠를 통한 지속 가능한 성장엔진의 모색은 기대하기 어려워질 것이다.

두 번째 특성은 문화콘텐츠 분야가 매우 광범위하다는 점이다. 장르의 다양성과 매체의 다양성 그리고 대상의 다양성을 문화콘텐츠라는 말은 모두 포괄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가 광범위하다는 말은 그만큼 상호 연동이 용이하고, 상생적 결합에 의한 생산성이 높다는 말이며, 바로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지식기반 사회에서 경쟁력을 갖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만화, 영화, 애니메이션, 음반, 캐릭터, 게임, 드라마, 공연, 뮤지컬 등의 장르와 웹, 모바일, TV, DVD, CD, DMB 등과 같은 매체 그리고 기획, 시나리오, 창작기술, 비즈니스마케팅 등의 분야를 고려할 때, 문화콘텐츠가 포괄해야 하는 영역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알 수 있다. 문제는 문화콘텐츠 분야가 광범위하다는 것은 모든 것을 해야 한다는 요구가 아니라 모든 분야가 상호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공통의 지향을 마련하여 협업 시스템을 지향해야한다는 것이다.

셋째 문화콘텐츠는 One Source Multi Use를 통해 부가가치 생산을 극대화한다. One Source Multi Use(이하 OSMU)란 하나의 원천콘텐츠를 중심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다양한 파생상품을 개발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안이다. OSMU는 수직적 Multi Use와 수평적 Multi Use로 나눌 수 있다. 수직적 Multi Use는 장르 간 계열화(만화, 애니메이션, 영화, 음반, 게임 등)를 시도하기 때문에 장르 변화비용(Conversion Cost)이 높고 따라서 risk도 크지만 신규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수익의 극대화를 도모할 수 있는 방식이다. 반면 수평적 Multi Use는 시간의 계열화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 즉 동일한 콘텐츠를 매체별로 노출시키는 시기를 달리하는 방식으로 수직적 Multi Use에 비해 변환 비용이 적게 들어 risk도 줄일 수 있지만 신규시장 창출 효과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기대 수익이 작은 수익 창출 방식이다. 이와 같은 수평적 Multi Use를 일반적으로 Window Effects라고도 하는데 시간적지리적 노출의 차별화를 통하여 배급효과를 높이고, 개별 Window 간의 충돌을 전략적으로 피하면서 기대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콘텐츠의 수익 창출 기간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다.

넷째, 문화콘텐츠의 양적/질적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를 구축해야한다는 점이다. 문화콘텐츠는 무형의 가치를 기반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기 때문에 양질의 콘텐츠를 누가 선점할 수 있느냐가 매우 중요한 관건이 된다. 결국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여 기민하게 대응하거나 트렌드를 선도할 수 있도록 양질의 콘텐츠를 선점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대규모 자본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하는데, 국내 시장규모로는 그러한 공급 유도가 쉽지 않은 까닭에 해외시장을 염두에 둔 기획, 투자, 창작, 마케팅이 전개되어야만 한다.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둔 콘텐츠 제작에는 보편성과 특수성의 상관관계를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문화콘텐츠의 변별적 특성을 전략적으로 충분히 고려하여 기획하고 생산한 것들이 우리가 알고 있는 성공한 문화콘텐츠이다. 그것이 드라마든 영화든 캐릭터든 애니메이션이든 간에 성공한 문화콘텐츠의 경제적 수익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바와 같다. 우리의 관심은 그것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는지에 대한 총제적인 탐구에 있어야 한다. 선행콘텐츠에 대한 분석은 소문만 무성한 부가 수익에 대한 선망이 아니다. 그것은 매우 구체적인 차원에서 총체적으로 이루어지는 정치한 것이다. 지금 이곳에서 문화콘텐츠에 가장 절실한 것은 바로 이것이다.

성공적인 문화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하여 이와 같은 노력과 함께 또 하나 필요한 것이 문화콘텐츠의 허브다. 문화콘텐츠 허브는 기획과 개발의 중심 역할을 하며서 시장 전체를 선도하는 기능을 하게 될 것인데, 이것을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집적된 공간이 필수적이다. 일정 규모의 지자체가 허브 역할을 해야 하는데, 그것은 문화콘텐츠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정체성을 견지할 수 있고, 물적 지원과 인적 인프라를 수렴해낼 수 있는 의지를 지녀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문화콘텐츠의 토대가 되는 문화적 역량이 풍성할 수 있다면 더욱 좋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아시아문화중심도시이고, 동시에 문화콘텐츠의 생산 허브로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는 광주가 적격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문화콘텐츠 업계의 90%가 집중되어 있는 서울 지역과의 물리적인 거리의 문제, 지역 내 문화콘텐츠업계의 부족, 문화콘텐츠에 대한 두렷한 변별 의식 부족 등은 앞으로 광주가 극복해야할 문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중에서 문화콘텐츠 허브로서의 희망을 보는 것은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과 과주시의 적극적인 노력 그리고 광부문화산업진흥원을 중심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전개하고 있는 까닭이다.

지금 희망하고 있는 것처럼, 광주가 문화콘텐츠를 성장엔진으로 하여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서울과의 뚜렷한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광주시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직 광주가 문화콘텐츠 부분에서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노력들을 수렴하고 하나로 꿰어낼 수 있는 차별화 전략이 부재한 탓이다. 필자는 몇 해전부터 그것이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문화콘텐츠의 다양한 영역과 분야 그리고 미디어들의 소통회로가 스토리텔링이라는 점, 스토리텔링의 기반이 되는 문학적 역량이 상당한 광주의 가능성을 상기할 때, 스토리텔링에 대한 주목은 정당하다. 그래서 2007년부터 광주시의 지원을 받아 광주문화산업진흥원에서는 스토리텔링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체계적인 교육을 통하여 역량 있는 스토리텔러를 지속적으로 배출하고, 대내적으로는 스토리텔링과 상관한 광주의 문화 역량을 모으고, 광주 지역 소재 대학들의 유관학과와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연구-교육-생산의 체계를 구축하며, 멘토링 시스템을 통한 실천적인 노력을 경주한다면, 오늘 우리의 기대는 이내 현실로 다가올 것이다. 더구나 문화콘텐츠의 가장 큰 특성중의 하나인 선점효과와 승자독식 구조를 이해한다면 왜 광주가 스토리텔링을 중심으로 서울과의 차별성을 견지해야하는지 쉽게 답이 나올 수 있다. 앞으로 우리를 먹여 살릴 성장엔진을 고민해야하는 지금 이곳에서 문화콘텐츠에 대한 주목이 유효했듯이 광주가 스토리텔링을 통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며 탁월한 선점이 될 것이다. 광주가 스토리텔링을 선점하고 특화시킴으로써 문화콘텐츠의 허브로서 광주는 다시 태어날 것이다. 문화중심도시 광주의 새로운 탄생이 기대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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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이 힘이다.

 

 

박기수(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트랜스포머>, <스파이더맨 >, <디워>의 공통점은 내용중심의 이야기라기보다는 시각적인 놀라움과 즐거움이 압도적인 영화라는 점이다. 서사론의 관점에서 말하자면, 전통적인 의미의 내러티브에서 탈피하여 비주얼스토리텔링을 향유의 중심에 둔 영화들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세 영화 모두 올 여름 극장가를 강타했다는 점이다. 특히, <디워>를 둘러싼 논쟁은 우리의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과 수준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준 사건이었다.


<디워>의 내러티브 부재를 지적했던 사람들은 옳았지만 틀렸다. 분명 <디워>의 내러티브 부재를 꼬집었던 그들의 지적은 옳았지만, 그 정당한 지적은 <디워>를 향유한 800만 이상의 관객들의 즐거움을 설명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틀렸다. <디워>의 국내 흥행 대박을 비주얼스토리텔링에 대한 향유가 본격화된 징후로 보아야 한다.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 역시 비주얼스토리텔링이 압도적인 콘텐츠였지만 완성도 높은 내러티브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 까닭에 우리가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그것이 내러티브가 부재한 <디워>를 통해 극명하게 드러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스토리텔링은 비주얼스토리텔링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스토리텔링은 스토리’(story)말하기’(tell) 그리고 현장성과 상호작용성(ing)으로 구성된 것이다. , 스토리텔링은 디지털 문화 환경의 도래와 뉴미디어의 발달로 인하여 스토리만큼이나 그것을 말하는 방식과 구현하는 방식이 중요하게 되었고, 그 결과 2의 구술성 시대의 도래가 가능해짐으로써 상호작용성에 기반한 향유의 극대화 과정이 더욱 부각된 결과다. 쉽게 말하자면 이제 말하는 내용만큼이나 말하는 방식과 구현 방식에 주목하게 되었고, 어떻게 향유를 극대화하느냐를 중시하게 되었으며, 그 과정에서 유희성이 전면화되었다는 것이다.

원더걸스의 <텔미> 열풍도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외모나 가창력 면에서 압도적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원더걸스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텔미>라는 노래와 춤이 절묘하게 결합하여 구현된 결과다.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텔미> UCC 동영상을 보라.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각자의 방식으로 다양하게 재생산하고 있는 <텔미> UCC 동영상들은 향유자들이 이 노래에서 즐기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강변하고 있다. 특히 절묘한 시점에 공개된 원더걸스 프로듀서이기도 한 박진영의 <텔미> 춤의 원본 UCC를 보면, 이 열품이 얼마나 정교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흥미로운 것은 향유자들이 이 각각의 것들을 <텔미>라는 노래와 함게 즐기지만, 노래만을 즐기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노래의 텔링에 해당할 수 있는 곡 해석력이나 가창력 등은 물론 춤이나 구성원들의 연출된 이미지 그리고 심지어 제작과정의 비화까지를 매우 주도적인 자세로 통합적으로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콘텐츠의 근간은 스토리텔링이다. 스토리텔링은 향유자들이 텍스트와 소통하는 기본 회로라는 점에서 중요하며, 특히 One Source Multi Use틀 통한 문화콘텐츠 수익 실현과정에서 중심이 된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텍스트의 완성도와 대중적 소구를 결정짓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스토리텔링은 기존의 내러티브 논의와 같이 해석 중심의 의미 탐구가 아니라 생산을 위한 전략적이고 실천적인 차원에서 전개되어야만 한다.

문화콘텐츠가 많은 자본(high-cost)을 요구하는 까닭에 위험이 많은(high-risk) 분야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문제는 위험을 어떻게 줄이고 성공 가능성을 높일 것이냐에 있는데, 그 중심에 스토리텔링이 있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텔링에 대한 우리의 인식과 수준은 그리 높아보이질 않는다. 객관적이고 정치한 선행사례 분석을 통하여 보다 양질의 스토리텔링을 생산하려는 노력보다는 한 작가나 기획자의 발상이나 감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전근대적인 마인드가 아직도 만연해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미드처럼 시즌제를 기반으로 6개월 제작 6개월 방영의 주기적 순환을 통하여 제작 일정의 안정적 확보가 어려운 우리의 현실을 고려할 때, 스토리텔링의 생산성을 극대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문화콘텐츠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의 연구와 생산의 노력이 시급하다. 이러한 모든 노력의 토대가 스토리텔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지속적인 창작을 수행할 수 있는 우수한 인력을 양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문화중심도시 광주에서 스토리텔링 아카데미를 개설하고 적극적인 자세로 선택과 집중에 의한 과감한 교육모델을 시도하고 있는 것은 주목할만하다. 더구나 광주는 풍부한 예술 역량을 도시 속에 내재화하고 있고, 숱한 이야기꾼들의 아기집 노릇을 해왔다는 점에서 스토리텔링 아카데미에 거는 우리의 기대가 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로서, 동시에 문화콘텐츠의 생산 허브로서 우뚝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광주가 지닌 스토리텔링 역량을 결집시키고 구체화해야할 것이다. 정부와 시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아직 광주의 문화콘텐츠 생산 역량이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고 있는 것은 그러한 노력들을 수렴하고 하나로 꿰어낼 수 있는 구심점이 없기 때문이다. 문화콘텐츠의 다양한 영역과 분야 그리고 미디어들의 소통회로가 스토리텔링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스토리텔링 아카데미를 중심으로 한 스토리텔링 역량을 강화하려는 노력은 매우 시의적절하다. 스토리텔링과 상관한 광주의 문화 역량을 모으고, 광주 지역 소재 대학들의 유관학과와 연계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산학협력을 기반으로 연구-교육-생산의 체계를 구축하며, 멘토링 시스템을 통한 실천적인 노력을 경주한다면, 오늘 우리의 기대는 멀지 않은 미래의 현실이 될 것이다. 광주가 스토리텔링을 선점하고 특화시킬 수 있을 때, 광주를 중심으로 한 문화콘텐츠 성공모델이 등장할 것이고, 그것은 다시 90%이상 서울에 몰려 있는 문화콘텐츠 기업들의 광주행 러시로 이어질 것이다. 지식기반사회를 선도할 문화콘텐츠에 대한 기대가 이제 문화콘텐츠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과 실천으로 구체화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2007년 <광주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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