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과 등록금
박기수(문화콘텐츠학과 교수)
오디션의 본질은 정당한 경쟁을 통한 선발에 있다. 지난해부터 불어 닥친 오디션 프로그램 열풍은 ‘정당한 경쟁’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열망을 반영한 결과이다. 정당한 경쟁이란 다양성과 공정성을 바탕에 두고 있어야 하며, 경쟁을 통한 긍정적인 결과를 전제로 해야만 한다.
성별, 연령, 교육 및 경제적 수준, 문화적 역량 등이 종합된 개인의 취향과 무관하게 무차별적인 공습을 퍼붓고 있는 아이돌 음악의 압도는 어떠한 명분으로도 강요라는 혐의를 벗기 어렵다. 일본과 중국은 물론 동남아시아를 비롯하여, 미국과 서유럽을 강타한 K-POP을 예로 들며 산업적 가치의 규모나 한류의 영향력 등을 이야기 하지만, 문제는 자국민을 행복하게 해주지 못하는 한류가 무슨 소용이며, 문화가 전제되지 않는 문화콘텐츠의 가치가 과연 지속될 수 있느냐는 점이다. K-POP의 문제는 그 수준이나 완성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성의 상실에 있으며, 한국 음악 시장을 획일화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댄스음악이나 아이돌을 비롯하여 K-POP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이 강요한 획일성을 경계하는 것이다. 더구나 외모 등의 음악 외적인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면 아무리 음악적 재능이 뛰어나도 아예 경쟁의 장에 나서보지도 못하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하여 침묵하는 대중이 반응한 것이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수퍼스타K Ⅱ>가 보여준 신선한 충격을 상기해보자. 새로운 미션을 수행할 때마다 참가자들이 보여준 다양성과 공정성에 기반한 뜨거운 열정은 지금까지도 우리를 행복하게 만들고 있지 않은가? 김지수, 장재인, 존박, 허각 등이 보여준 자기만의 세계와 음악을 향한 뜨거운 열정은 누가 우승을 했느냐와 무관하게 모두들 즐거운 경쟁의 장으로 끌어당기며, 그것을 즐기는 과정을 통하여 우리는 ‘정당한 경쟁’의 긍정 바이러스를 만나지 않았던가? 오디션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그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 <나는 가수다>가 보여주었던 재도전 논란은 다양성의 확보에도 불구하고 ‘공정한 룰’의 문제가 아니었던가?
경쟁은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즐겨야 할 것이다. 단, 그것이 다양성을 인정해줄 수 있는 열린 시각과 경쟁의 결과를 납득할 수 있는 공정한 룰, 그리고 그 결과가 참가자는 물론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힘이 될 수 있을 때에만 경쟁은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반값 등록금을 둘러싼 여당 내의 논란이 화제다. 그것이 그저 국면전환을 위한 구호가 아니길 바란다.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면 지켜야 할 것이고, 그것이 불가능한 일이었다면 그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등록금의 문제는 그저 돈을 더 내고 덜 내고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의 기회에 대한 문제이며, 동시에 교육을 바탕으로 한 공정한 경쟁의 문제이다. 현재 부모의 경제적 능력에 의해서 경쟁의 참여나 순위가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교육 대상의 능력과 잠재력에 주목하는 경쟁일 때, 다양성의 확보는 물론 공정성 그리고 그 결과의 긍정성에 우리 모두 수긍하지 않을까? 등록금의 문제는 학생이나 학교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전체가 함께 논의해야할 문제이며, 그것은 지켜지지 않는 공약이나 국면전환용 구호로서가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갈망하는 국민들의 준엄한 요구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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