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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의지인 까닭

 

박기수(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봄은 개강과 함께 오지 않는다. 유난히 추웠던 겨울이 개강과 함께 끝나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겨울이 끝난다고 봄이 오는 것은 아니다. 캠퍼스 곳곳에 따듯한 햇살이 투명하게 부서지고 벚꽃이 쌀 튀밥처럼 흐드러지게 피어나도 봄은 그저 오는 것이 아니다. 봄이 우리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 것은 살아있는 계절이기 때문이다. 살아있다는 것은 변화한다는 것이고, 변화한다는 것은 의지를 가지고 미래를 계획하고 실천한다는 의미다. 당신 스스로 변화의 기운을 가슴에 담을 때, 기운이 의지가 될 때, 의지가 실천에 이를 때, 그 실천이 당신을 좀 더 따듯하게 할 수 있을 때, 문득 봄이 오는 것이다.

엄동의 혹한을 뚫고 찾아온 이 계절에 당신은 어떤 변화를 계획하고 있는가? 취업을 위한 스펙을 쌓기 위해 공모전을 준비하고 어학점수를 올리는 것도 좋은 계획임에 틀림이 없지만, 남들이 모두 채워가는 이력서의 스펙 한 줄 한 줄이 정말 최선의 변화인가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러한 준비가 나쁘다는 말이 아니라 전혀 남다를 것도 없고 후킹하지도 않은 고만고만한 스펙은 당신의 취업은 물론 당신의 삶에도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모두가 갖추고 있고 모두가 생각한 것이라면, 굳이 당신까지 그것을 갖추고 그렇게 생각해야할 이유는 또 무엇인가? 이 계절은 당신에게 묻는다. 당신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은 무엇이냐고, 당신은 그것을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느냐고?

영어회화에 능통하고 토익 고득점을 얻은 사람은 많다. 하지만 어학연수 간 낯선 땅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제 자원봉사를 하기 위해 외국인은 안 된다는 현지인 스텝과 부족한 영어로 토론을 벌여 마침내 참여한 도전적인 사람은 많지 않다.(에리카캠퍼스 사회체험 수기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한 문화콘텐츠학과 박예은 학생의 사례) 이 도전이 매력적인 것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다는 점, 좋아하는 분야에서는 그 어떤 난관도 뚫어내겠다는 뜨거운 열정이 있었다는 점, 부족한 것은 의지와 열정으로 넘어설 수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읽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도전이 매력적이고, 경쟁력을 갖기 위해서는 먼저 당신 스스로를 알아야 한다. 자기 자신을 알기 위해서는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한다. 먼저 손에 쥐고 있는 핸드폰을 끄고, 조용히 눈을 감고 기억의 맨 끝에 있는 당신의 모습을 떠올려보자. 그 때 당신은 어떤 삶을 어떻게 꾸려가겠다는 꿈을 꾸고 있었는가? 기억의 맨 끝이 떠오르지 않는다면 새내기로 입학하던 첫날의 마음을 생각해보자. 당신이 정말 하고 싶고’, ‘해야만 하고’, ‘할 수 있는일은 무엇이었나? ‘하고 싶고’, ‘해야만 할 일을 위해서 당신은 할 수 있는능력을 키우기 위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해왔고, 지금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어쩌면 당신은 조금 더 근본적인 물음을 던져야 할지도 모른다. “나는 과연 어떤 삶을 살고 싶은가?” 물음의 답을 혼자서만 구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자기 자신에게 먼저 물어야 한다. 그 다음에 주변에서 답을 구하자. 당신 주위에는 부모님, 선배, 친구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과 같은 학생들을 매년 만나는 교수님들이 계시지 않는가? 연구실 문은 언제나 열려 있다.

이제 곧 교정 가득 백합과 벚꽃이 흐드러질 것이다. 그 사이사이 새내기들은 풋풋한 패기로 뛰어다니고, 복학생들은 다소 어색한 미소로 강의실에 들어설 것이다. 그래서 봄이다. 봄은 생명이고, 생명은 변화다. 변화는 의지와 실천을 수반해야만 한다. 다만, 지금은 의지와 실천에 앞서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시간이다. 이 봄 당신이 꿈꾸고 있는 봄은 무엇인가?

<한대신문>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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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은 답이 아니다

 

박기수(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날로 치열해져 가는 취업난 속에서 스펙 경쟁은 끝이 보이질 않는다. 스펙은 specification의 준말이다. 제품 명세, 사양 등의 의미를 지닌 이 말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갖추어야할 조건을 일컫는 말로 쓰이고 있는 것을 보면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제품의 사양이야 그렇다고 쳐도 사람에 대한 평가가 어떻게 일괄적인 자격과 조건으로만 이루어질 수 있다는 말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펙이라는 말은 취업이 절대선이 되어버린 대학사회에서 이미 더 이상의 회의나 비판을 요구하지 않는 신화화된 단어가 되어 버렸다.

스펙 지상주의의 망령은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평가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에서 기인한다. 성적을 기반으로 서열화에 익숙한 입시선발 제도를 비롯하여 글로벌 경쟁을 벌이고 있는 대기업채용 과정은 물론 공무원 선발과정에 이르기까지 소위 객관성이라는 허울 뒤에 숨겨진 무책임하고 안이한 평가 및 선발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들만의 특성화된 선발 기준 대신 자격증, 어학성적, 봉사 및 인턴십 경력 등을 객관성의 허울 뒤에 숨은 아니한 조건만 요구하는 것이다. 직군과 직능이 다르다면 선발의 기준이나 평가의 잣대 역시 달라져야 하는 것이 이치라는 점을 고려할 때, 각 회사는 자신들이 원하는 인재상에 따라서 좀더 섬세하고 특성화된 선발 기준과 평가 시스템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최근 대기업을 중심으로 스펙 무용론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다. 엇비슷한 스펙만으로 사람을 평가할 수 없다는 것과 필요한 인재를 차별화된 자기들의 기준으로 선발해야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래서 자신들만의 선발기준과 시험을 마련하고, 합숙 면접을 시행하고, 인턴제를 활성화하여 인성 및 업무 수행 능력을 브라인드 상태에서 체크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문제는 우리다. 졸업 후의 진로가 오로지 취업뿐이냐는 고민은 일단 접어두자. 취업을 해야 한다면 준비해야할 것은 고만고만한 스펙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껏 열심히 뛰어왔던 당신을 가파른 스펙 경쟁으로 내몰지 마라. 학점과 어학성적을 비롯한 스펙 3종세트니 5종 세트니 하는 소문에 휘둘리지 말자. 물론 당신은 성실하게 일정 수준 이상의 학점과 어학성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당신이 원하는 곳에서 제시한 학점과 어학성적을 살펴보라. 정상적으로 대학생활을 한 사람이라면 어렵지 않게 넘어설 수 있는 수준이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스펙이 말해주지 않는 그 무엇이다. 우리가 알고 있듯이 대학은 스펙을 준비하는 곳이 아니라 스펙으로는 드러나지 않는 당신만의 가치를 발견하고 키워내는 곳이다. 당신의 삶이 지향해왔고 앞으로도 지향할 가치는 무엇인가? 지금 취업을 준비하는 당신이라면 먼저 당신의 가치를 고민하라. 그리고 당신의 가치가 스펙을 넘어서서 빛날 수 있게 준비하라. 다른 사람들도 모두 갖출 수 있는 스펙은 빛나지 않는 의무일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자신의 가치를 찾고 지속적으로 육화시키려는 노력이다. 그것만이 당신을 빛나게 할 수 있다.

<한대신문> 201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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