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11월이 뜨거워야만 하는 이유
박기수(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2012년 우리의 가을은 뜨겁기만 하다. 가을보다 뜨거워질 초겨울의 선택을 준비하고 있는 까닭이다. 대통령제의 공과에 대한 논의를 떠나서 당장 코앞에 닥친 대통령 선거는 현실임에 분명하다. 최선이 아닌 차선을 선택하는 것이 선거라지만 차선의 선택이라고 소홀히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정책과 공약의 검증이 아닌 진보와 보수라는 낡은 잣대로 가늠하고, 행정수도 이전이나 4대강 사업과 같이 이해와 상관된 공약에 현혹된 선택의 결과를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이번 대통령 선거의 핵심은 그가 누구냐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제시하는 비전이 무엇이며, 그것이 우리 사회를 얼마나 안전하고 건강하며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느냐는 것이다. 미래는 결코 현재를 잊지 않는다. 지금 이곳에서 우리가 선심성 공약에 현혹되어 잘못된 판단을 내리는 것은 그저 잘못된 선택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래에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만 하기 때문이다. 공약의 타당성과 적합성을 고려하지 않은 결과, 미래로 끊임없이 이어지는 무한 책임과 부담의 사업들은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곳곳에 있다. 어디 선심성 공약뿐이랴? 잘못된 정책으로 인하여 파행을 겪는 교육현실이나 퇴행적인 문화정책으로 인하여 척박해진 문화현실은 또 어떤가?
물론 바라기는 5년마다 선출되는 대통령에 의해 사회 전체가 좌우되지 않는 것이다. 대통령이 바뀌면 모든 것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시스템의 구축과 그 시스템의 안정이 절실한 시점이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적으로 당장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 결국 각 후보가 내세우는 정책과 공약에 대한 준열한 검증과 판단이 필요하다. 현실적으로는 객관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으면서 정치적 중립성 운운하며 은밀하게 정치색을 드러내는 언론에 기대할 것이 없다면 유권자가 준열하고 영리해져야 한다. 모든 것을 다 검토하고 검증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자신이 가장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부분만이라도 꼼꼼하게 살펴보자. 후보가 내세우는 비전이 가장 미래지향적인 것인지, 건강한 생태계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인지, 보다 많은 우리를 행복하게 할 것인지, 미야자키 하야오의 표현에 따른다면 ‘흐림 없는 눈’으로 살펴보고 판단해야만 한다.
대학생이 더 이상 사회변혁의 선도가 아니어도 좋다. 국가와 사회에 대한 고민으로 밤새워 토론하고 아파하는 대학생이 아니어도 좋다. 적어도 무관심해서는 안 될 일이다. 지금 당장은 학점과 취업이 발등에 불이겠지만, 분명한 것은 오늘 나의 무관심이 발등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에 불이 될 수도 있으며, 그 불로 인한 상처는 아주 오래 계속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귀를 열고 눈을 크게 뜬 후 준열한 자세로 살펴보자. 우리는 누구를 뽑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미래를 선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이 가을과 겨울을 뜨겁게 보내야 할 것이다. 나만이 아니라 너와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해.
<한대신문> 20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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