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운동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더니 한국에서 이러저런 일로 카톡이 불이난다. 급한 일은 처리하고 쓸 기획서 초를 잡다가 점심을 먹으러 갔다. 강의를 진행하는 진리대학 교수님들과 학생들 모두 모여 간단히 점심을 먹었다. 학생들은 오후 수업을 준비하러 잠시 숙소로 돌아오고 그 사이 진리대 교수님들과 환담을 나누다가 진리대 교수님이 아로마 테라피와 혈을 잡는 안마(정확한 표현인지 모르겠으나)를 해주셨다. 아로마 오일 테라피와 함께 진행된 눈썹 위, 이마, 정수리 머리, 어깨로 이어지는데 함게 보고 있던 교수님들이 모두 놀란다. 내가 많이 피로한 모양이라고 눈썹 위를 찍어서 보여주는데 벌겋다. 어깨는 더 심했다. 피로한 증상이란다. 간단히 지압도 배우면서 어찌하냐고 물으니 쉬란다. 참 당연한 말인데 평생 어렵다. 작년에 중국에서 온 명의 한 분이 진맥을 하고 깜짝 놀라며 너무 좋지 않다고 이야기를 했을 때도 그랬는데, 오늘도 충격이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좋을리가 없지 않은가? 공부하지 않고 좋은 성적을 기대하는 것처럼 몸을 그렇게 혹사하면서 몸이 좋다는 말을 기대하는 어리석음이라니...정말 속도 조절하면서 살살 가야겠다. 일단 이 기획서 마무리부터 하고...

아침 먹으러 간 국수집에서 발견한 영업시간 알림판이다. 3시 30분이면 모든 영업 종료다. 이 돈에 맛집은 맞지만 한국식 맛집은 아닌데도 3시 30분에 영업 종료라니...여유롭다. 게다가 매주 수요일에는 쉰단다. 정말 사람 사는 시간이다. 이런 지혜가 내게도 필요하다 

아로마 오일이다. 머리용이고 얼굴용은 또 따로다. 낯선 나라 선생에게 정성껏 지압을 해준 진리대 교수님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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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우리과 학생들을 근처 편의점에서 만났다. 진리대학 주변에는 술집이 없어서 세븐일레븐에서 만나 가볍게 캔맥주를 나누며 대만에서의 이야기를 나눴다. 얼굴이 모두 다르듯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이유도, 중국어 수준도, 앞으로의 진로도 모두 다르니, 이렇게 해라라는 지시는 의미가 없다. 살면서 가져야할 태도와 자세 그리고 지향이 의미있을 뿐이다. 과자 안주에 캔맥주뿐이었지만 많이 웃고 많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소중하다. 학교일을 하면서 늘 시간이 부족해 제자들과의 소통이 부족하지 않을지 염려하게 되지만,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이다. 11시 게스트하우스 문이 엄격하게 닫혀서 부지런히 들어왔다.

제자들의 환한 소란이 좋다. 대만에서 각자의 후일담을 두고두고 들어도 좋으리.

단수이 근처에는 소박하지만 살아있는 골목이 많아 정겹다. 골목마다 아이들이 뛰어나와 소란스레 놀 것 같은 풍경이다. 좁지만 꽉 찬 골목, 가로등이 제법 빛나도 좋을, 각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을 그런 골목이 참 좋다. 어려서는 골목을 무서워했는데 이제는 그리운 시간을 살고 있다.

골목은 서로 삶이 맞닿아 있어서 좋다. 귀가하는 길에 저녁밥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 누구네가 길러서 이미 그늘 진 나무 한 그루쯤으로 불려도 좋을 공간이다. <화양연화>의 복도와는 조금 다른, 소박하지만 진지한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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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과 점심을 먹고 청핀슈디엔(誠品書店)에 다녀왔다. 24시간 영업을 한다는데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청핀슈디엔에 가보니 마침 데즈카 오사무(手塚 治虫) 탄생 90주년 기념전을 하고 있었다. 전시회는 서점 안에서 소박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만화의 신이라는 극적인 수사도 수사였지만 1950년 《정글대제》(밀림의 왕자 레오)를 발표할 당시 그의 나이 22살이었다는 것, 1952년 《우주소년 아톰》을 24살에, 《리본의 기사》(사파이어 왕자)는 25살에 발표했다는 사실에 새삼 압도되었다. 전신회는 기승전판매였지만 흥미로웠다. 화집코너에서 에곤 쉴레의 화집을 들춰보다가 1915년 전시회 포스터에 매료되었다. 그 전시회에서는 25살 에곤 쉴레의 고민들을 만날 수 있었을까? 낯선 도시에서 만나는 서점은 언제나 새롭다.

데즈카 오사무 탄생 90주면 기념전 홍보물이 청핀슈디엔 앞쪽에 과하게 선명한 색으로 서 있다. 아! 데즈카 오사무의 만화와 애니메이션은 우리의 유년을 얼마나 설레게 했었나

소리(위)와 속도(아래)를 표현하는 법을 설명하는 데즈카 오사무의 작법을 눈썰미 좋은 큐레이터가 전시에 활용했다.

기승전판매! 상품들 구성은 소박한데 가격은 과했다.

작품연보만으로 압도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가 그다.

에곤 쉴레....매력적인 화가,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스토리텔링을 구현하는 몇 안되는 매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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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루고 미루다 아내의 재촉에 출장 짐을 싼다. 말이 싼다지 나는 가져갈 짐을 꺼내놓고 트렁크에 차곡차곡 넣어주는 것은 아내다. 짐을 싸면서 가서의 상황을 떠올리며 필요한 것을 넣다보면 늘 큰 트렁크 하나 가득이다. 물론 노트북을 담고 읽을 책 두 권이 들은 백팩과 여권과 선글라스 그리고 보조밧데리를 담은 크로스백도 늘 함께다. 이번에는 가벼운 티셔츠를 주로 넣었지만 그곳 대학 관계자들을 만나야 하기 때문에 격식을 차린 옷도 한 벌 넣어야 했다. 더구나 할 일을 다 끝내지 못해서 백팩에는 기획서 자료와 원고 자료까지 들어갔다. 줌파 라히리와 제임스 셀터의 소설 두 권을 넣은 것은 다 읽고 오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시작은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 때문이다. 짐을 다 꾸리고 사진을 찍고 보니 가져가는 약이 한 짐이다. 상시 복용하는 약 5종과 엘러지 약, 그리고 위장약까지 줄여도 시원치 않을 판에 늘기만 한다. 게다가 해야할 일은 어디든 가서라도 해야하니 이래저래 짐도 마음도 가볍지 않은 출발이다.

여행짐은 마음가짐일텐데 작은 것도 놓지 못하니 내내 가방만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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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고를 하다 늦게 잔 탓인지 모처럼 꿀잠을 잤다. 7시30분 아침을 먹으러 게스트하우스 인근 국수집에 갔더니 역시 가격이 착하다. 둘이서 국수 두 개, 밥 하나, 계란 부침 하나, 수세미 볶음, 두부요리를 먹었는데 우리돈으로 6000원이다. 가격표를 보니 면 하나에 비싸야 2400원쯤...면도 다양하고 육수도 좋고 고명도 훌륭한데 가격도 착하다. 먹고 사는 물가만 잡아도 조금 여유로울텐데...아침 먹고 1시간쯤 운동장에서 가볍게 달리다 걷다를 반복했다. 비도 살살 내리고, 핸드폰을 내려놓고 달리니 무엇보다 자유롭다. 방으로 돌아와 샤워하고 운동한 옷 가볍게 세탁하고...이제부터 오늘 일정 시작이다. 시간이 천천히 흐르기 시작했다.

오후 3시까지밖에 영업하지 않는다는 동네 국수집. 차림표에 적힌 가격이 정겹다. 먹는 것이 가장 기본인데...우리보다 여유로운 이유다. 

 아직 면은 나오지도 않았는데 부두와 수세미볶음의 풍미가 깊었다.

일주일간 머물게 될 진리대학 게스트 하우스다. 실용적이고 편리하고 엄격하다. 풍광과 넉넉한 나무가 그만이다.

잔디운동장도 좋지만 운동장 주변 그늘 짙은 나무가 참 좋다. 부럽기까지....시키지 않아도 달려야할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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