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e Source Multi Use, 향유가 먼저다

 

박기수(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One Source Multi Use는 원천소스(One Source)의 창구화, 장르 전환, 관련 상품화, 브랜드 창출(branding) 등을 통해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마케팅 활동을 말한다.

창구화(windowing)는 콘텐츠를 시간적으로 계열화함으로써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이다. 동일한 콘텐츠를 창구별(매체별)로 노출시키는 시점을 달리하여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으로, 장르 전환에 비해 변환 비용이 적게 들어 리스크를 줄일 수 있지만, 신규시장 창출 효과가 없기 때문에 기대할 수 있는 수익은 크지 않은 수익 창출 방법이다. 이와 같은 창구화의 결과를 창구효과(Window Effects)라고 하며, 이것은 시간적/공간적 노출의 차별화를 통하여 배급효과를 높이고, 홀드백(Holdback)을 설정하여 개별 창구 간의 충돌을 전략적으로 피하면서 수익을 극대화함으로써 콘텐츠의 수익 창출 기간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 영화를 극장, 유료TV, VOD, DVD, 공중파TV, 케이블TV 등과 같이 다양한 창구를 통해 향유하게 함으로써 수익을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경우가 대표적인 예이다.

장르 전환(adaptation)은 콘텐츠를 장르 별로 계열화시켜 신규 시장을 개척함으로써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식이다. 이미 대중적인 지지를 확보한 소설, 만화, 웹툰 등을 매스미디어와 결합하여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게임 등의 거점콘텐츠로 전환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장르 전환은 향유자들이 전환 전후의 콘텐츠로부터 동일한 정체성을 확보하면서 새로운 즐거움을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장르 전환은 동일한 정체성을 유지하지만 독립적인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이므로 전환비용이 많이 들고, 선행콘텐츠의 성공이 전환하는 콘텐츠의 성공을 반드시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창구화에 비해 위험도가 높지만, 그만큼 신규시장 창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상품화(merchandising)는 콘텐츠 내용이나 소재를 상품으로 개발하여 수익을 창출하는 과정이다. 상품화는 캐릭터, 중심 소재, 배경, 이미지, 소품 등과 같이 콘텐츠와 밀접한 연관을 가진 관련 상품(merchandised goods)과 직접적 연관은 없으나 물리적으로 덧붙여진 PPL(Product Placement)과 같은 부가 상품(tie-in)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상품화는 콘텐츠의 성공을 전제로 하지만, 기획 단계부터 상품화 전략을 수립하여 콘텐츠와 유기적인 상관관계를 유지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

브랜드화는 콘텐츠의 인지도와 지속적인 향유를 통해 확보된 충성도를 활용하여 브랜드 가치를 유지, 확장하는 과정을 통하여 지속적인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해리포터시리즈는 소설, 영화, 게임, 테마파크 등으로 장르 전환하는 과정을 통해 압도적인 브랜드 가치를 창출함으로써 이미 시리즈가 종료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콘텐츠 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One Source Multi Use의 동력은 원천콘텐츠의 후광효과 여부, 원천콘텐츠의 전환 적합성, 거점콘텐츠의 최적화 여부, 연동 콘텐츠 간의 상호 프로모션, 다양한 창구로의 확산, 브랜드 가디언의 효과적인 통제에 의한 상품화, 지속적인 브랜드 아이덴티티 확보 등에 있다. 그동안 콘텐츠 업계는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통하여 강력한 원천콘텐츠의 확보 방안, 전환의 최적화 장르 파악 및 전략 탐색, 상호 프로모션 방안, 상품화 전략 등에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게 되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하나는 2012년 이래 가공할만한 신드롬을 낳고 있는 미생이다. 웹툰은 11억 뷰 이상, 책은 250만부 이상, 6-7%대의 드라마 시청률, 콘텐츠파워지수 1위라는 가시적인 성과뿐만 아니라 미생의 사회적 담론을 생산함으로써 미생 법안이라는 웃지 못 할 명명을 낳기도 하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미생신드롬이 현재진행형이라는 사실이다. 웹툰 <미생>이 대중적 지지를 받으며 연재되는 동안(2012-2013) 단행본 미생이 순차적으로 출간되고, 캔커피, 맥주컵, 종이컵, 노트, 이력서 등의 부가상품이 개발/출시되고(2012-현재), 드라마 <미생 프리퀄>(2013), 웹툰 <미생-사석>(2014), 드라마 <미생>(2014), 패러디 버전인 드라마 <미생물>(2015) 그리고 웹툰 <미생>가 준비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생One Source Multi Use는 웹툰 연재 당시부터 비정규직 문제, 직장생활 애환과 불안정성 등을 핍진한 에피소드, 촌철살인의 경구, 이완의 절묘한 서사 전개로 대중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이를 통해 사회적 담론 형성하였다는 점이다. ‘지금 이곳의 문제를 향유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구체적인 퍼포먼스를 통하여 단행본, 부가상품, 드라마, 광고, 패러디 드라마의 연속적인 성공을 이끌었고 연재될 <미생>를 통해 프랜차이즈 콘텐츠의 세계를 구축했다는 점은 반드시 주목해야할 지점이다.

2009년 디즈니가 4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은 마블이지만, 실제 그들이 원한 것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arvel Cinematic Universe)였다. 마블은 이미 영화 판권을 팔아버린 원천콘텐츠를 제외하고도 5000여개의 매력적인 캐릭터를 가지고 있었고, 그들이 구축할 수 있는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는 무한한 까닭이다. 이것은 헨리 젠킨스가 주장했던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transmedia storytelling)의 가장 소박한 형태지만 동시에 가장 강력할 수 있는 양상이라는 점도 눈여겨볼 부분이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은 멀티플랫포밍을 통해 개별적인 스토리들이 모여 하나의 서사 세계’(narrative universe)를 구성하는 일종의 상업주의적 팬덤 현상이다. 이와 같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와 유사한 예가 소박하지만 미생을 통해 그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이다.

미생신드롬 혹은 미생프랜차이즈화 과정은 One Source Multi Use의 선순환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크다. ‘미생을 통해서 적은 비용으로 대중성 검증이 가능한 스토리성을 풍부한 원천콘텐츠의 확보, 일정 기간 주기적인 노출을 통한 지속적인 향유의 장 마련, 브랜드 가디언에 대한 분명한 자의식,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서사 세계’(narrative universe)의 탄력적 운영, 미디어별, 장르별 특성에 최적화된 전환 전략 탐구 등의 성공적인 사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출판계의 불황이 더욱 심각해졌다고 한다. 불과 10여 년 전 만화도 그랬다. 새로운 플랫폼과 창조적으로 결합하여 웹툰으로 형질변환에 성공함으로써 시장은 3000억 규모로 커졌다. 그런면에서 출판과 유기적으로 연계된 웹툰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화, 드라마, 게임 등과 같은 거점콘텐츠와 상호연동하려는 One Source Multi Use의 전략은 물론 마블의 예에서 보듯이 보다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이 가능한 서사세계 구축의 시도 역시 잊지 말아야 할 부분이다.

아직은 본격적으로 전개되지 않아 가능성의 영역에 남아있는 전자책이 본격화될 때, 마치 만화가 웹툰으로 위기를 타개한 것과 같은 새로운 시도들이 가능하지 않을까? 그것은 웹툰이 급부상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충성도 높은 향유자층의 지속적인 참여 유도와 소통의 공간 마련, 원천콘텐츠로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매력적인 이야기성 확보, 거점콘텐츠화 과정에서 보다 유기적인 서사세계 구축의 유연한 자세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낙관적인 전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최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출판사 팟캐스트를 통해서 그 가능성을 보았기 때문이다. 책이 언제나 새로운 지평을 열어주었듯이 One Source Multi Use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유연하고 적극적인 출판계의 시도를 꿈꿔본다.


<책&>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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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 향유, 팬덤, 문화콘텐츠, 애니메이션, 영화, 웹툰, 여행,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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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 공분, 공유의 텍스트, <미생>

 


박기수(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100만권 이상 팔린 책은 더 이상 책이 아니라 하나의 징후이며 담론이다. 같은 텍스트를 100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읽고 생각하고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쏟아지는 생산적인 소란스러움을 상상해보라. 향유자들이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텍스트와 각자의 대화적 관계를 형성하면서 다성(polyphony)의 소란을 만들어낼 때, 사회문화적 컨텍스트(context)로서 징후가 되고 담론이 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미생>은 이미 우리사회의 징후이며 담론이다. <미생>이 웹툰은 11억 뷰 이상, 책은 200만부 이상, 드라마는 케이블임에도 불구하고 6.7%대의 시청률을 기록했으며, 콘텐츠파워지수는 이미 정상에 있고, 100억 이상의 수익을 예상하고 있다는 것은 여러 매체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러한 구체적인 수치가 아니더라도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미생>의 영향력은 놀랍다. 이토록 살아서 꿈틀대는 이 텍스트의 힘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웹툰 <미생>의 힘은 공감 가능한 이야기를 성실한 취재를 바탕으로 완성도 있게 구현한 스토리텔링에 있다. 스토리텔러로서 윤태호 작가의 비범함은 초기작부터 이미 알고 있던 바이지만, <이끼> 이후 그가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은 무척 실험적이고 그만큼 흥미롭다. <내부자들>이나 <인천상륙작전>의 스토리텔링이 <이끼>만큼의 성취를 이루었다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그의 시도만큼은 주목해야할 지점이다. <미생>의 완성도나 대중적 지지의 근저에도 스토리텔링의 실험이 있다. 종합상사라는 가장 치열한 삶의 현장을 철저한 취재를 기반으로 확보하고, 바둑이라는 인생의 메타포를 그 위에 솜씨 좋게 얹은 후에 마이너리티적 감성의 자극을 통해 대중적 공감을 확산하려는 <미생>의 스토리텔링 전략은 압도적이다. 사회적 맥락에서 볼 때 <미생>은 아직 살아있지 못한 마이너에 주목함으로써 향유자들이 스스로 심정적인 투사를 통하여 동일시 할 수 있는 여지를 충분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메이저의 성공신화보다는 마이너의 악전고투에 동조하는 대중의 심리적 기저를 잘 파악한 결과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할 것은 <미생>이 지닌 텍스트의 내적 리듬이다. <미생>에서는 미시서사의 일정한 마디마다 촌철살인의 대사나 내레이션을 통하여 지나친 정보 제공으로 인하여 이완될 수 있는 서사의 긴장을 당기고 있다. 종합상사가 배경인 까닭에 무역 전문용어 등이 불가피하게 제공되어야하는 까닭에 자칫 서사가 늘어지거나 지루해질 수 있는데, 이것을 미시서사의 전환이나 대사나 내레이션의 미적체험을 강화함으로써 극복하였다. 매주 2회 연재, 2-3일의 연재 간격을 유지해야하는 웹툰의 특성상 향유자의 관심을 유지하고 흥미를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주단위의 미시서사 전개가 요구되지만, 그렇다고 매주 새로운 미시서사를 제공한다거나 미시서사 단위의 극적 긴장을 유지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전략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미생>의 시도는 웹툰의 장르적 변별성과 대중의 취향에 대한 뚜렷한 자의식을 갖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것이었다.

<미생> 스토리텔링의 또 다른 미덕은 장그래의 성장담(Initiation story)에만 머물지 않고 원인터내셔널 전체 구성원을 캐릭터화하고, 그들 사이의 긴장과 미시서사의 유기적인 조합을 완성도 있게 그려내고 있다는 점이다.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캐릭터들에게 고루 시선을 나눠주고 그들이 살아내고 있는 엄혹한 현실의 맨얼굴과 그 안에서 고분분투하는 스스로의 모습을 되비춰 보게 함으로써 공분(公憤)과 공감(共感)을 공유(共有)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이와 같은 웹툰 <미생>의 작품성과 정서적 공감을 공유하고 있는 드라마 <미생>의 성공은 원천콘텐츠의 후광효과(halo effect)One Source Multi Use(이하 OSMU)의 전략적 전개 그리고 빼어난 텍스트적 성취에 기인한다.

우선 드라마 <미생>의 텍스트의 변별성은 스토리텔링 전략에서 찾을 수 있다. 드라마 <미생>은 웹툰에 비해 업무의 사실성보다는 그것을 수행하는 캐릭터들의 대응에 중점을 두어 다양한 캐릭터군을 구현하고 있다는 점, 매주 2화로 구성하는 미시서사의 주제 단위가 선명하다는 점, 주제단위별 중심 캐릭터가 다양하게 등장시킨다는 점, 장그래의 내레이션을 통해 관조하고 성찰하게 함으로서 거시서사의 흐름을 유지한다는 점, 지금 이곳에서 예민한 소재들을 전략적으로 부각시키고 있다는 점 등의 스토리텔링 전략을 구사하였다. 특히 눈여겨 볼 지점은 장그래, 장백기, 안영이, 한석률을 취업준비생인턴신입사원(정직원/계약직)’의 과정에서 구현하고, 그들이 대응할 세계를 긍/부정의 다양한 캐릭터 군상과 갈등하게 함으로써 사건을 전개한다. 이러한 갈등 과정은 오과장, 김대리, 장그래의 영업3팀을 긍정적 공동체로 그리고 대비적으로 각 팀을 그리고, 그 안에서 장백기, 안영이, 한석률의 미시적 갈등을 다시 구현하는 영리한 서사 구조를 구현하였다. 이러한 갈등은 정규직/계약직의 문제, 성차별의 문제, 회사 내 정치의 문제, 일중독, 조직의 부속품일 뿐인 개인의 문제 등을 집중 부각시킴으로서 향유자와의 심리적 접속을 유도하고, 공감과 공분을 확장하는 효과를 성공적으로 거두고 있다. 프로진입 실패, 고졸 학력, 낙하산을 중심으로 마이너적 캐릭터를 구현한 장그래, 회사 내 정치와는 무관하게 올바른 자세로 윤리적 우위성과 보편적 양심을 확보한 분명한 오과장, 빼어난 실력에도 성차별을 받는 안영이(마치 헤르미온느처럼), 성과주의에 매몰되어 스스로를 본능적으로 합리화하는 냉혈한 최전무 등의 캐릭터는 향유의 지향과 정서적 동조가 가능한 수렴점으로서 성공적으로 기능한다.

<미생>OSMU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OSMU는 장르전환(adaptation), 창구효과(window effects), 상품화, 브랜드 창출 효과 등을 통해서 부가가치를 극대화하는 마케팅 활동을 의미한다. OSMU의 동력은 원천콘텐츠의 후광효과 여부, 원천콘텐츠의 전환 적합성, 거점콘텐츠의 최적화 여부, 연동 콘텐츠 간의 상호 프로모션, 다양한 창구로의 확산, 브랜드 가디언의 효과적인 통제에 의한 상품화, 지속적인 브랜드 창출 등에 있다. 그동안 콘텐츠 업계는 성공과 실패의 경험을 통하여 강력한 원천콘텐츠의 확보 방안, 전환의 최적화 장르 파악 및 전략 탐색, 상호 프로모션 방안, 상품화 전략 등에 나름의 노하우를 가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콘텐츠의 제작 규모가 커지면서 콘텐츠의 리스크 헷지(risk hedge) 전략으로 이미 인지도를 확보한 원천콘텐츠를 중심으로 장르전환에 중심을 두면서 블록버스터 마케팅을 전개하고 있다.

강력한 원천콘텐츠였던 웹툰 <미생>은 드라마 방영에 맞추어 프리퀄(prequel)에 해당하는 사석을 5화 연재함으로써 원천콘텐츠는 물론 거점콘텐츠인 드라마에 대한 관심도 환기시켰다. 사석의 연재로 <미생>은 일종의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transmedia storytelling)을 매우 흥미로운 형태로 구현했다. <미생>은 원천콘텐츠에서 거점콘텐츠로 전환하면서 원천콘텐츠의 프리퀄을 첨가하면서 원천콘텐츠의 전사에 해당하는 오과장의 신입사원시절을 추가하였다. <미생>의 프리퀄은 여타의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과는 다르게 새로운 서사를 추가함으로써 보다 완성된 서사 세계’(narrative universe)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거점콘텐츠의 방영에 맞춘 일종의 프로모션 툴로서 기능했기 때문이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프로모션 툴은 뜻하지 않게 상품화의 결과로서도 성취되었다는 점이다. <미생>은 웹툰의 성공에 힘입어 드라마 이전에 이미 단행본 출간, 캔커피, 종이컵, 헛개수, 노트, 티셔츠 등의 상품화가 성공적으로 이루어졌고, 이것은 부가가치는 물론 <미생>이라는 브랜드 창출에 긍정적인 부메랑효과를 가져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드라마 <미생>은 성공적인 PPL(Product Placement)을 통하여 미시콘텐츠(micro contents)를 활성화였다. 낯선 이물감 없이 전체 서사에 유기적으로 녹아들어 자연스럽게 등장하는 숙취음료, 홍삼, 복사지, 일회용커피 등이 그것이다. 일반적인 PPL의 경우 상품당 1000만원이지만 <미생>의 경우에는 4000만원 수준이라는 것만 봐도 그 효과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미시콘텐츠의 활성화는 단지 수익의 극대화뿐만 아니라 향후 콘텐츠의 수명 연장 및 프랜차이즈화 과정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수 있다는 면에서 주목해야할 요소다.

현재적 의미에서 <미생>을 통해 드러난 콘텐츠 향유 경로의 변화와 그에 다른 수익창구의 다변화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드라마 <미생>을 제 시간에 케이블을 통해서 보는 시청자만큼이나 다양한 스마트기기를 통해서 즐기는 향유자가 증가한 것이 현실이다. 스마트환경 하에서의 콘텐츠 향유는 다양할 수밖에 없고, 다양한 만큼의 수익 창구를 갖게 되는데, <미생>의 경우에는 주문형비디오(VOD)와 푸티지(footage) 광고 매출이 두드러진다. 편당 제작비 3억의 시청률 6.7%대의 20부작 드라마의 VOD 매출 30억은 유의미한 수익이며, 더구나 일부 영상만 뽑아서 활용하는 푸티지 광고 역시 20억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니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콘텐츠의 수익 창구의 변화는 콘텐츠 자체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향후 스마트환경 하에서 드라마는 구현할 수 있는 스마트 기기의 디바이스적 특성과 향유 경로와 연동하는 수익 창구의 성격에 따라서 스토리텔링 전략을 최적화해야하기 때문이다. PPL이 자연스러운 서사 요소의 확충, 미시콘텐츠를 활성화할 수 있는 서사 전략, 푸티지 광고가 가능한 연출 전략 등과 같은 다양한 요소들을 기획 단계부터 고려해야만 한다. 여기에 원천콘텐츠의 장르 전환까지 고려해야한다면 더욱 복잡해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익 창구의 다변화와 신규 개발은 드라마의 질적 성장에 크게 기여할 것이고, 그와 더불어 원천콘텐츠이 웹툰의 수익 창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탐구해야할 문제이다.

이청준의 자신의 스터디셀러 󰡔당신들의 천국󰡕이 읽히는 시대는 불행한 시대라고 단언한 바 있지만, 그 작품은 현재가지 꾸준히 읽히고 있다. 이청준의 말투를 흉내내자면, 윤태호의 <미생>이 읽히는 시대는 온전히 완생에 이르지 못한 시대다. 아니 우리가 완생을 꿈꾸는 시대다. 그런 의미에서 <미생>은 현재 진행형이며 완생을 향한 준열한 성찰의 텍스트임에 분명하다. 지금 이곳에서 <미생>이 불러오는 공분(公憤)을 극복할 수 있는 것은 공감(共感)이며 공유(共有)의 힘이다. 때문에 우리는 오늘도 웹툰으로 단행본으로 드라마로 <미생>과 대화를 나누고 있지 않은가?

 

<만화규장각> 2014.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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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텔링, 트랜스미디어스토리텔링, 향유, 팬덤, 문화콘텐츠, 애니메이션, 영화, 웹툰, 여행, 살아가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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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융합의 즐거운 무한증식

 

박기수(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방탄소년단,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웹드라마 <두 여자>, <상사3>, <미생>의 공통점은 무엇인가? 가장 큰 공통점 구현 미디어, 플랫폼, 장르, 언어, 팬덤 형성 방식, 수익구조 등 그동안 독립적인 콘텐츠의 고유성을 결정 짓던 주요 요소들을 가로지르는 과감한 융합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콘텐츠 융합은 콘텐츠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적으로 확장하기 위한 시도다. 따라서 융합의 시도는 매우 유연하고 개방적인 차원에서 다양하게 모색될 수 있다. 장르, 미디어, 플랫폼, 구현 기술 등 지금까지 콘텐츠의 고유한 정체와 위상을 규정 짓던 요소들의 경계를 허물고, 콘텐츠가 보다 많은 가치를 보다 오랫동안 창출할 수 있도록 개방적 증식을 지향하는 것이다.


콘텐츠 융합은 네트워크성, 상호작용성, 정보의 통합성이 특징적으로 드러나는 디지털 문화환경이 콘텐츠 생산과 향유에 있어서 완전히 내재화되었다는 점, 이로 인한 다양한 플랫폼이 급부상하면서 차별적인 콘텐츠 구현을 위한 전략적 탐색이 적극적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 새로운 플랫폼과 유통 채널에 최적화된 수익 모델 탐색이 시도되고 있다는 점과 같이 다양한 관점과 차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원인의 다양성만큼이나 융합의 양상도 매우 다양하며, 현재도 지속적으로 새로운 형태의 융합이 시도되고 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처럼 기존에 제작사가 확보하고 있는 캐릭터를 활용하여 트랜스미디어 스토리월드 구축이라는 대전제로 수렴하거나, 방탄소년단처럼 ‘Everything is connected!’라 주장하며 소셜 파워(social power)를 기반으로 다른 장르와 영역에서 시도되었던 콘텐츠 노출 및 전개 방식, 스타덤 및 팬덤 전략 등의 유연한 조형을 드러내거나, 웹드라마 기반의 콘텐티브 브랜드를 구현을 시도하거나, <미생>처럼 비동기식 전개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월드를 구현하는 등의 사례만 보아도 융합의 다양한 양상은 한 마디로 확정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와 같이 콘텐츠 융합의 배경이나 양상은 매우 다양하고 다분히 조형적이지만, 융합의 동기는 분명하다. 콘텐츠 융합은 가치 있는 즐거운 체험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월드를 구축함으로써 콘텐츠에 대한 만족도 및 충성도를 높이고, 여타 콘텐츠에 비해 차별적 우위를 확보하여 수익을 지속적으로 극대화하기 위한 능동적인 노력이다. 따라서 콘텐츠 융합에서는 기존의 각 장르나 영역이 고수해왔던 고유성은 큰 의미를 지니지 않는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사유를 논리적 배경으로 디지털 문화환경 그리고 콘텐츠 생태계의 역동적 경쟁체제가 함께 어우러짐으로써 창작자, 원작, 독립성 중심의 관점에서 벗어나 향유자, 스토리월드, 연결성 중심의 융합의 시도가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콘텐츠 융합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디즈니에 의해 42억 달러에 인수된 마블은 단지 만화회사가 아니다. 마블은 확실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5,000여개의 캐릭터를 보유했고, 그들을 창조적으로 수렴하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arvel Cinematic Universe, MCU)라는 트랜스미디어 스토리월드 구축에 성공하였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월드를 구축하여 향유자가 스스로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놀이터를 제공함으로써 콘텐츠 수명의 지속적 연장이 가능해졌고, 새로운 콘텐츠의 등장, 이에 따른 수익의 극대화를 꾀할 수 있게 되었다.

방탄소년단은 더욱 놀라운 융합의 사례다. 방탄소년단은 직접 음악을 창작함으로써 그들은 음악을 통해 본인들의 생각이나 이야기를 전달하며, 동시에 그들은 SNS나 다양한 플랫폼으로 통하여 팬들과 직접 소통하는 전략을 취했다. 더구나 그들의 음악의 주제는 동시대, 동세대의 고민을 나누는 내용이 중심으로 이룸으로써 팬들은 방탄소년단과 자신들의 고민을 나누고 있다는 강한 심리적 연대를 형성하게 됨으로서 더욱 강력한 팬덤을 형성할 수 있었다. 방탄소년단은 트위터 최다 활동 남성그룹 부문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를 정도로 그들은 SNS를 적극 활용하며, 데뷔 전부터 자신들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믹스테잎, 영상, 사진 등을 올리며 팬들과 소통을 시도했다. 가상의 방송국을 개설하여 멤버들이 직접 다양한 포맷의 TV 프로그램에 도전하거나 Mnet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인 <방탄소년단의 아메리칸 허슬 라이프>을 통해 자신들을 지속적으로 노출시킨 것도 그러한 전략의 일환이었다. 그들은 음악과 SNS 그리고 다양한 플랫폼을 가로지르는 전방위적 융합을 시도함으로써 방탄소년단 고유의 스토리월드를 구현할 수 있었던 것이다.

특히 최근에 주목해야할 콘텐츠 융합은 웹드라마와 같은 새로운 장르에서의 시도다. 구현 미디어와 플랫폼의 변화에 따라 형질 변환에 성공한 웹드라마의 약진에도 불구하고, 빈약한 수익구조가 항상 한계로 지적되어온 것이 사실이다. 최근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기 위하여 콘텐티드 브랜드전략을 시도하는데, 72TV의 인기 웹드라마 <두 여자>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dxyz 브랜드로의 확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웹드라마의 브랜드 파워를 전면화한 새로운 브랜드를 창출하고, 그와 관련된 콘텐츠는 물론 다양한 파생 상품들로 수익을 창출하는 전략이다. 그 외에도 마블처럼 고유의 원천 IP 콘텐츠를 활용한 콘텐츠 프렌차이즈화를 시도한다거나, KBS가 시도했던 <간서치열전>처럼 웹드라마와 TV드라마의 상생적 결합 방식도 시도된 바 있다. 무엇보다 웹드라마의 케주얼한 특성을 극대화한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 구현 시도나 트랜스미디어 스토리월드 구축의 노력은 주목할 만하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은 향유를 지속, 강화, 확산하기 위하여 복수의 매체와 장르를 가로질러 스토리월드를 확장적으로 구축해나가는 스토리텔링 전략 혹은 그러한 세계를 의미한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의 전개과정을 통해 지속적으로 구축/증식하는 스토리세계를 트랜스미디어 스토리월드라고 부른다. 트랜스미디어 스토리월드는 다수의 매체와 장르 전개 과정을 통하여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확충하는 현재진행형의 증식성과 개방성을 지향한다. 개별 미디어와 장르를 통해서 자족적인 형태의 콘텐츠로 창작되지만 그것은 보다 거시적이고 총체적인 세계로서 스토리월드의 구성요소로서 기능하는 까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콘텐츠 융합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하나의 전략적 선택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양질의 콘텐츠인데, 그 중심에 가치 있는 즐거운 체험의 지속적 창출, 즉 향유가 있다. 융합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향유의 놀이터를 마련하는 현재적 대압이 융합에 있다는 점에 주목할 일이다.

 

<콘텐츠 경북> 2018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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