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문화, 즐거움의 전략화
박기수(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
B급 문화는 ‘부족한 조건’에서 ‘넘치는 자극’을 생산한다. 다시 말해 B급 문화는 적은 예산, 인지도 낮은 주인공, 낮은 기술 수준, 저급한 감정과 어설픔이라는 ‘부족한 조건’을 기반으로 욕설과 폭력의 노골적인 남발과 섹스의 적나라한 묘사라는 ‘넘치는 자극’을 생산한다. 노골적이고 적나라한 감각의 분출과 자극의 과잉은 A급 문화의 견고한 깊이와 의미의 강박으로부터 탈주를 부추기고, 화석화된 엄숙주의와 권위주의를 조롱한다. B급 문화는 갖추어야 할 것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그 어느 것에도 구속되지 않으며, 역설적으로 아무 것도 갖추지 못한 까닭에 문화 권력의 제도적 억압으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그 자유가 즐거움을 창출하고 즐거움은 경쾌한 놀이로 구체화되는데, 이러한 놀이의 즐거움이 B급 문화의 창조적 동력임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B급 문화’라는 말은 개념화된 공식적인 용어는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공식적인 용어로 개념화 되었다면 그것은 이미 B급의 거친 생명력을 잃은 A급 문화이기 때문이다. 개념을 정립하기 위한 일관된 특성이나 뚜렷한 목적을 갖추지 못한 저렴한 욕망의 노골적인 문화적 분출 양상 정도로 B급 문화의 정의에 합의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이곳’에서 B급 문화에 주목해야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Tell me'에서 시작된 원더걸스 열풍은 'Nobody'까지 거침없이 이어지고, <무한도전>은 <1박 2일>과 <패밀리가 떴다>라는 클론을 만들고, <무릎팍 도사>는 <라디오 스타>와 독한 방송 경쟁을 하면서 시청률을 선도하는 ‘지금 이곳’에서 어쩌면 B급 문화는 더 이상 B급 문화가 아닐지도 모른다. 비디오 가게를 음험한 공간으로 만들었던 붉은 딱지의 에로비디오나 고속도로 위에서 졸음을 쫓던 카 라이브뮤직처럼 A급 문화의 틈새를 공략하던 B급 문화가 아니라, B급 문화의 특성을 차별화 전략으로 활용한 B급 문화의 공세적 제도권 진입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탓이다. 아니 보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B급 문화의 다양한 양상들이 A급 문화 영역의 주도적 전략으로 채택되고 이것이 확대 재생산 됨으로써 문화의 중심적인 징후로 급하게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간 20-30%의 시청률을 자랑하는 <무한도전>의 프로그램 포맷은 ‘포맷 없음’이다. 이와 같은 프로그램 포맷의 역설은 <무한도전>을 기존 프로그램과 차별화시키는 가장 두드러진 변별점이다. 그것은 특정한 틀이나 형식을 지향하기 보다는 시청자들의 즐거움을 극대화할 수 있는 요소나 방식을 발굴해서 ‘평균 이하’의 캐릭터들이 그것을 실현하는 과정을 즐기는 지극히 단순한 포맷이다.
<무한도전>의 이러한 차별화 전략은 무식, 무능력, 유치함으로 각기 특화된 캐릭터들의 ‘무한 이기심’이나 ‘무모한 도전’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남으로써 구체적으로 실현되고, 이 과정에서 즐거움을 극대화한다. 평균 이하의 열등한 캐릭터를 독립적으로 설정하고, 재미 외에는 별다른 성과를 기대할 수 없는 ‘무모한 도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무한 이기심과 유치함이 이 포맷의 특성이다. 메뚜기, 하찮은 형, 정중앙, 돌아이, 꼬마, 잔진(이상 무한도전), 은초딩, 허당승기, 강파치노(이상 1박2일), 덤앤더머, 꽈당, 김계모, 천데렐라, 큰형님, 달콤 살벌 예진 아씨(패밀리가 떴다) 등과 같이 각각 설정한 캐릭터에 맞는 별명을 짓고, 그 캐릭터를 식사 해결과 같은 원초적인 임무나 지하철과의 경주와 같은 무모한 도전, 목욕탕 물 퍼내기와 같은 쓸모없는 대결이나 막무가내 영어와 같이 무식한 미션 수행을 통해 구현하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각각의 캐릭터는 자신의 설정에 맞는 ‘무한 이기심’을 발휘하고, 이로 인한 작은 소동이 웃음을 유발한다. 또 다른 두드러진 특징은 평균 이하의 캐릭터로 고정 출연진을 구성하고, 국내외 A급 스타를 등장시켜 그의 장기를 평균 이하의 캐릭터들로 하여금 수행하게 함으로써 극단적인 비교를 꾀하고, 이를 통해 캐릭터를 희화화시키는 전략을 적극 활용한다는 점이다. 독립된 부분 요소로서 캐릭터나 상황 설정이라는 최소한의 전제만 합의하고 그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현장성을 극대화하는 방식을 채택하기 때문에, 각 요소들이 거시 서사에 종속되어 기능하는 전통적인 의미의 서사 전략은 기대할 수 없다. 작위적인 중간 이하의 캐릭터 설정과 지속적인 구현, A급/B급의 극단적 대비와 B급 문화의 전면화, 어설픈 계몽과 함께 사소하고 무용한 것들에 목숨을 거는 상황, 자신들만의 생경한 조어와 말 줄이기, 끊임없이 이어지는 유치한 장난의 맥락 없음, 어처구니없는 무식과 그것의 희화화 과정을 통한 웃기기는 ‘열등한 것들의 과도한 드러냄’이라는 측면에서 B급 문화의 특성을 강하게 드러낸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B급 문화가 지금 이곳의 예능 프로그램을 압도하며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현상이 B급 문화의 양적인 주도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A급의 가치, 깊이, 성찰, 중심, 진지, 권위, 공적 영역 등을 견제하거나 전복시키기 위한 문화 정치적 맥락에서 B급 문화의 강력한 드라이브가 걸렸다고 보기도 어렵다. 오히려 지금 이곳에서 벌어지는 B급 문화의 주도 현상은 B급 문화의 내재화이며, 문화 권력에 기반한 서열화를 포기한 B급 문화의 주류화로 볼 수 있다. B급 문화의 주류화를 선도하는 것은 ‘포스트모더니즘의 구체화’와 ‘문화콘텐츠의 급부상’이다. 1990년대 이론으로 앞서가던 포스트모던은 2000년대 후반에 들어서 비로소 다양한 구체적인 현상으로 드러나는데, B급의 주류화도 그 하나로 볼 수 있다. 중심/주변으로 대변되는 이분법적 서열체계를 거부하고 중심의 지배적 권위를 회의하며 소외된 주변부 것들의 다양성에 주목한 포스트모더니즘의 특성이 B급 문화의 부상 배경과 일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또한 디지털 문화 환경을 바탕으로 급부상한 뉴미디어는 다양한 문화콘텐츠의 등장을 가능하게 하였고, 상대적 우위를 확보하려는 콘텐츠의 경쟁적 차별화 전략을 강화시켰다. 차별화 전략의 일환으로 좀 더 강하고 자극적인 요소들이 요구되었고, 현실원칙을 넘어서는 강박 없는 즐거움이 보편된 것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문화의 놀이적 기능이 강화된 점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현실의 이해(利害)와 무관하고, 허구적 공간에서 이루어지며, 즐기는 자를 매료시키고, 현실을 가장하지만 가장 현실적인 관계를 드러내며, 창조성에 대한 탐구를 기반으로 하는 것이 놀이의 특성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무한도전>을 비롯한 B급 문화의 일반적 특성과 다르지 않다.
특정 문화의 급부상은 마니아 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다수의 열성팬의 등장을 배경으로 하지만, 지금 이곳의 B급 문화는 오히려 대중들의 폭넓은 지지를 기반으로 한다. 소수의 취향공동체를 중심으로 생산/향유되는 것이 아니라 생산된 콘텐츠가 소비될만한 일정 규모의 뚜렷한 시장과 이러한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다양한 발표 매체(platform)를 기반으로 하는 거점콘텐츠를 중심으로 형성된 다수 대중의 보편적 취향을 토대로 한다. 깊이의 강박에서 자유로운 쾌락을 지향하는 B급 문화 장르(무협, 판타지, SF, 추리소설 등)의 보편화와 유치, 천박 등 A급 문화에서 억압된 욕망을 강박 없는 놀이와 즐거움의 강렬한 유혹으로 자극하고 있는 B급 문화는 이제 보편적 취향이 되어버렸다는 점에 주목해야만 한다. 이 말은 주류문화에서 억압된 근원적 욕망을 B급 문화를 통해 배설하고자 하는 대중들의 성향에 대해 그것이 위협적이라고 과장된 호들갑을 떨자는 것이 아니다. 강박 없는 즐거움은 문화의 생산 동력이며, 즐거움의 유혹은 딱딱하고 무거운 것에 익숙한 우리에게 오히려 신선한 긴장이 되면 됐지 결코 해가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물론 A급이 거세된 B급만의 획일성은 A급의 문화 권력만큼이나 위험한 것임에는 틀림이 없다. 정말 문제는 B급 문화의 정체나 차별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 없이 낙관적 기대를 갖거나 우울한 전망을 하는 것이다. B급 문화의 주류화가 진행 중이라면, 기대와 한계에 대한 실천적인 탐구가 가장 우선적이고 절실하기 때문이다.
지금 이곳 B급 문화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의미와 성찰이라는 문화 본연의 몫을 포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조금 다르게 표현하면, ‘즐거움을 전략화’하여 모든 것에 선행시킴으로써 문화의 무게를 가볍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굳이 경박이나 경쾌라는 말대신 가볍다는 가치중립적인 말을 사용하는 것은 그것의 특징이 가치의 개입과는 분명한 거리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익숙한 복고풍 리듬, 다소 촌스럽다는 느낌을 강조한 원색 중심의 스타일, 멤버 간의 조화보다는 개성적인 불일치, 쉽고 편안하게 반복할 수 있는 노래가 새롭지만 지극히 편안한 B급 감성의 원더걸스에게 저속하다거나 키치적인 요소가 느껴진다고 말하기는 어렵지 않은가? 오히려 원더걸스, 싸이, DJ D.O.C와 같이 B급 취향을 앞세운 캐릭터나 <무한도전>, <1박 2일>, <패밀리가 떴다>, <무릎팍 도사>, <라디오스타>, <명랑히어로>, <해피투게더> 같은 예능 프로그램이나 <디워>, <다찌마와리> 같은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B급 취향이 주류문화의 보편적 코드로 등장하고 내재화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원색중심의 촌스러운 복장과 점집을 형상화한 세트장, 맥락 없는 웃음을 만드는 올밴이나 상대의 치부를 들추며 즐기는 건방진 도사 그리고 인터뷰 대상을 면전에서 까발리는 <무릎팍도사>를 보자. A급 스타를 B급으로 설정된 고정 캐릭터들이 소위 까대는 이 프로그램의 경쟁력은 ‘적나라한 까발림’과 ‘편집자의 자막 개입’에 있다. 향유자는 까발림과 편집자의 자막 개입 과정에서 MC와 편집자와 향유자의 선택적 동일시를 이룬다. 출연한 스타의 사생활이나 내력에 대한 까발림 과정에서 향유자는 MC와 동반자적 시점을 유지하며, 메인MC와 보조MC의 상호 견제 그리고 편집자의 자막을 통한 개입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향유자의 몰입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전략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 과정에서 A급 스타와 B급 캐릭터의 경계가 사라지고, A급 스타에 대한 노골적인 야유와 조롱, 스타의 변명이 순간적으로 이루어짐으로써 무거운 과거나 치명적인 스캔들은 경쾌한 즐거움으로 휘발되어 버린다는 점이다. 출연하는 A급 스타의 입장에서도 이렇게 합법적인 방식으로 안정적으로 확보된 변명이나 발언의 기회가 어디 있겠는가? 일본 귀화 문제로 비난받던 추성훈이 한 곡의 노래와 변명으로 가장 사랑받는 한국 격투기 선수로 등극한 기형적인 사건이 그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다. B급 공간, 캐릭터, 이야기, 취향 등이 충만한 가운데 A급 스타의 변명은 ‘B급 수준에서 용인’되고 B급 문화 특유의 강한 전염성을 통해 그를 더 이상 일본인이 아닌 가장 한국적인 격투기 선수로 각인 시킨 것이다. B급이 지닌 이와 같은 감성적인 설득력과 강력한 전염성은 전략화된 즐거움을 앞세워 맹목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는다.
소자본으로 제작되는 B급 문화는 주류문화 중심에서 벗어나 있고, 더구나 적은 자본으로 대중의 관심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좀더 적나라하고 솔직한 표현을 과도하게 구사하며, 주류문화 바깥이기 때문에 A급 문화의 검열에서 자유롭다는 것은 앞에서 밝힌 바 있다. 따라서 B급 문화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것의 유혹에 약할 수밖에 없으며, 그만큼 맹목과 저속화의 걱정은 더욱 커진다. 그것이 지금 이곳처럼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며 내재화된다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증가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원천콘텐츠로서의 만화의 수요가 급성장하고 있고, 수익의 직접적인 결과에 절대적으로 좌우되는 문화콘텐츠 영역에서 B급 문화에 대한 적극적인 수요가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급 문화에서 비관보다는 낙관을 읽을 수 있는 것은 그것의 건강한 창조성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특히 지금 이곳의 B급 문화가 A급 문화의 엄숙주의나 권위주의를 조롱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한 요소로 적극 활용된다는 점에서 우리의 낙관은 설득력을 얻는다. 싸이의 천박한 몸짓과 노골적인 가사의 낯설음은 주류문화의 엄숙주의와 권위주의에 대한 직/간접적인 풍자만큼이나 전략화된 즐거움을 생산한다. 원더걸스의 댄스는 선정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염성 강한 경쾌한 즐거움을 창출한다. 주말 황금시간대를 장악한 <무한도전>와 유사한 포맷의 <1박 2일>과 <패밀리가 떴다>가 선사하는 즐거움을 누가 부정할 수 있겠는가? 여기서 우리가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그것이 B급 감성이기 때문이 아니라 B급 감성을 새로운 방식으로 재맥락화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익숙하지만 낯선 즐거움을 생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 이곳의 B급 문화가 A급 문화와의 경계를 허물면서도 나름의 견제와 긴장을 즐겁게 유지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 ‘다름’(異)을 바탕으로 한 창조성에 기인한다.
‘다름’은 우열이 아닌 차이를 의미한다. A급 문화가 우열을 기반으로 하는 서열주의를 근간으로 하고 있다면, B급 문화는 ‘다름’의 다양성과 역동성이 만들어내는 즐거운 창조에 중심을 두고 있다. 차브(chav)로 대표되는 문화현상 즉, 하류계급의 문화적 취향의 포괄, 촌스러움의 상품화, 사업적 경쟁력 확보는 마이너의 쿨한 포즈를 흉내내는 메이저의 문화로 평가되지만, 다양성의 측면에서 충분한 의미를 지니고 있는 현상이다. 바로 이러한 다양성은 문화 권력과 무관한 역동적인 문화생산의 중심 동인이 된다. 다만 지금 이곳의 B급 문화 대부분이 일정 규모 이상의 자본과 상관되어 있고 강력한 유통조직과 밀접한 연관을 보인다는 점을 고려할 때, 다름에 기반한 창조가 문화 창조의 순수한 동기에서 출발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서 주목하는 다름은 오히려 문화콘텐츠의 기획 단계부터 충분히 고려된 즐거운 차이라는 점에서 다분히 전략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UCC를 예를 들어보자. UCC의 경쟁력은 차별적 우위와 즐거움이다. 이것은 다름을 기반으로 하는데, 그것은 A급 문화의 가치 중심의 경쟁과는 구별되는 B급 문화의 다름을 뽐내고, 검증하고, 대중을 장악하는 자발적인 창조행위로서 의미를 지닌다. 여기서 말하는 다름은 1) 대중을 전제로 한(향유자 중심), 2) 눈앞의 직접적인 검증(문화 권력으로부터의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3) 절대적 아름다움이 아니라 관심을 집중시킬 수 있는 attention gather(문화적 가치의 변화)의 특성을 드러낸다. 이러한 특성은 기존의 문화 권력의 중심을 이루고 있던 과거, 역사, 전문가 검증으로부터 자유로운 문화적 원시성의 회복이라는 측면에서 의미를 갖는다. 문화적인 야생이 살아나면서 창조성이 강화되는 측면과 함께 성기고 거친 양상이 동시에 드러나는 것이다.
지금 이곳의 B급 문화에 대한 평가는 아직 섣부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당대의 문제의식 없이는 역사의 온전한 평가도 없다는 점이다. 목적 없음, 구체적으로 개념화된 특성 없음, 싸구려 욕망의 진솔한 드러내기, 부족한 인력, 자본, 시장을 토대로 한 과도한 즐거움 추구, 의미나 성찰이 부재하는 놀이 등 지극히 개방적인 형태로 B급 문화의 특성은 진행 중이다. 이 말은 B급 문화가 지닌 현재적 경쟁력과 진화의 지속성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B급 문화에 대한 문제의식도 역시 함께 진화해야한다. 디지털 중심의 새로운 문화환경과 문화콘텐츠의 급부상 그리고 개인적인 문화 생산 도구의 보급 등을 고려할 때, B급 문화의 내재화와 보편화는 한층 가속화될 것이다. 이런 가속화는 B급 문화에 대한 가치중립적인 다양한 고민과 연구를 요구할 것이다. 특히 전략적인 차원에서 접근하는 문화콘텐츠 분야의 관심은 더욱 그렇다. 이제는 부르디외식 구별짓기의 관점이나 문화 연구자들의 키치적 관점으로는 B급 문화를 재단할 수 없다. B급 문화는 즐거움, 다름(異), 문화적 다양성과 역동성, 콘텐츠화 전략 등의 관점에서 시간과 깊이를 확보하고 논의해야할 새로운 경계다. 이것이 논의의 주체 역시, 'Nobody but you'임이 분명한 이유다.
2008년 11월 <쿨트라>